[Artist]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뭇잎 '도자기 식물원'

에디터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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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작가



가을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선선해진 날씨와 더불어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나뭇잎일 것이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그 마지막을 화려한 색깔로 마무리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낙엽을 식탁에서 만날 수 있다? 도자기로 나뭇잎을 만드는 정소영 작가의 이야기를 공셸이 들어보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심의 회색빛깔에 질린 이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식물에게 옮겨갔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보태니컬’을 활용한 인테리어나 소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직접 식물을 그려보는 드로잉 클래스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랑받는 식물을 정소영 작가는 식탁 위로 옮겨왔다.

 


식탁위에서 만나는 나뭇잎, 정소영 작가의 '도자기 식물원'시리즈

‘도자기 식물원’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정소영 작가. 그녀가 나뭇잎에서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어느 가을날 바스락거리며 발에 밟히는 낙엽을 바라보며 나뭇잎을 활용한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사실 ‘도자기 식물원’ 작업을 이어가기 전까지 약 2년 정도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 게 좋을지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을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하고 싶은 것을 찾아봐야겠다고 맘먹었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낙엽은 그 색깔이며 형태고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식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도자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주로 테이블웨어 위주로 작업을 하는 이유는 그녀 자신이 요리하는 것이 취미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릇이라고 하면 대게 둥근 형태가 일반적이며, 그 둥근 그릇 안에 다양한 그림 정도가 그려져 있거나, 색감이 조금 독특한 것이 최대한의 변주일 것이다. 실용성을 생각하자면 원형의 형태가 가장 좋긴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색다른 그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뭇잎 자체가 그릇이 되는 형태로 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음식도 그녀의 작품에 담기면 색다른 느낌이 감돌게 된다.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도자기식물원’은 잎맥이 하나하나 살아있으며 수채화 같은 색감이 특징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이 정말 나뭇잎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잎맥을 표현하기 위해서 정성껏 공들여 다듬으면서 라인을 잡는다. 또한 최대한 나뭇잎의 색감을 살리기 위하여 수차례 컬러테스트를 해왔다.


잎맥을 하나하나 표현하기 위한 다듬기 과정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계절마다 나뭇잎이 뽐내는 색깔이 다르다. 그래서 그녀는 각 계절별로 나눠서 작업을 진행한다. 여름 시리즈들은 조금 더 녹색과 푸른빛이 감돌고, 가을 시리즈는 단풍잎처럼 알록달록한 느낌이 든다. 식물이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내듯이 다양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는 계속해서 식물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들 외에도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희귀식물이 어떠한 형태와 디자인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어느 순간부터 일상에서 식물을 만나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도시는 온통 회색빛으로 가득하고 그 안에서 식물들은 점차 자취를 감춰갔다. 그렇게 사라져가던 식물들을 도자기로 다시 세상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정소영 작가.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나뭇잎들과 함께 식탁 위에서 자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 김은지
사진제공 516 studio, 나정주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