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에콰도르 문화 성지에서 펼쳐진 ‘유령 패션쇼’

GONGS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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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안창홍


“나는 태어난 이후로 쭉 화가였다”

작가 안창홍은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가 예술을 배운 곳은 학교가 아닌 세상.

어려운 형편, 제도권과는 맞지 않는 자신을 일찍이 파악한 작가는

학교 대신 공사장과 시장에서 삶을 진하게 경험한다.


작가 안창홍의 특별함이라면

세상의 부조리와 빈틈을 발견하고 예민하게 포착하는 감각일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패션!

화려한 패션에 묻혀 유령이 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해 작품으로 제작했다.

이름하야 <유령패션>이다.


올해 2월, 작가가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유령 패션>은

현재 남미 에콰도르의 문화 성지 ‘키토 과야사민미술관’에서 소개되고 있다.

* 안창홍 특별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키토 과야사민 미술관 풍경

[2021년 11월 4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한국-에콰도르 수교 60주년 기념 <안창홍 특별초대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에콰도르 국민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 특별기획전>에 대한 답방 형식의 한국 작가 초대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외교부 후원, 주 에콰도르 대한민국대사관, 에콰도르 외교부, 주한 에콰도르대사관이 협력하는 양국 간의 첫 문화교류 행사다.]



<유령 패션>이 한창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던 때, 안창홍의 작업실을 찾았다.



본 인터뷰는 '윤기원의 아티스톡'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안창홍입니다! 어서와요!



-뭐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건가요?

'유령패션' 전시를 위한 작품들을 프린트하고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렸거든요. 디지털 펜화 작업이죠.

그걸 확대해서 프린트하는 중이에요.



-’유령패션’이라는 표현이 신선합니다. 어떤 의미로 지어진 이름인가요?

문명사회의 하나의 상징적 형태가 패션이잖아요. 누구나 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꾸미는 거니까요.

전 패션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가끔은 사람은 없고 옷만 덩그러니 무리지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요. 패션의 물결이 넘쳐나기 때문이겠죠. 그럴 때면 ‘유령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모습은 화려하고 멋지게 치장되어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근본이나 근원이 없다면 어떻겠어요? 오직 물질만 존재한다면... 삶에 의미가 없잖아요. 좀 허무하고요.

주제가 칙칙할 수도 있기 때문에, 표현은 더 감각적이게 하려고 노력한 작품이에요.



-'스마트폰 펜화(디지털 펜화)'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스마트폰은 움직이는 컴퓨터잖아요. 엄청난 기능이 들어있죠. 그런데 정작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몇 안돼요. 아깝더라고요. 늘 몸에 붙어 다니는데! 그래서 어플리케이션을 찾아보고, 공부했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던지요!

실은 유령패션말고도 디지털 펜화 그림이 굉장히 많아요. 몇백 점을 그렸거든요(웃음). 자다 일어나서도 하고, 밥 먹다가도 그리고, 심지어 화장실에 앉아서도 그리고. 저는 제가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봐요!

디지털 펜화 작업을 하면서, 그리는 행위가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 와 흥미롭기도 했어요. 본래 화가는 물질을 가지고 물질 위에 그림을 그리잖아요. 그런데 디지털 펜화는 빛을 그리는 일이죠. 스마트폰의 빛을 보고 빛을 그리니까요. 기존의 작업과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했어요.



-큰 도전이었겠군요!

그렇지요. 그런데 저는 호기심 대마왕이거든요(웃음).

페인팅 작업을 할 때도 온갖 재료를 다 써보려고 했어요. 종이에 연필로 그린 그림, 종이 위에 유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다뤄본 재료, 기법이 하나의 벽돌 조각이 아닐까? 이들이 쌓여서 하나의 피라미드를 형성하는거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입체와 평면을,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오가지 않을까요?



-작가님은 늘 기운이 넘치고, 세상과 맞설 준비가 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 강인함은 어디서 나오나요?

전 제도권 교육을 거부한 사람입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받는 교육보다는 세상이 더 많은 걸 가르쳐준다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세상이라는 바다는 엄청난 지혜의 보고입니다.  저는요, 제도권 교육 대신 세상에 직접 나와 이리저리 구르면서 배웠어요. 삶의 힘겨움을 이겨내는 법을 부딪히며 공부했죠. 나만의 그리기 방식, 나만의 세상 바라보기. 다 그 결과고요.

남들보다 사회를 일찍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훨씬 더 원초적으로 사회의 부조리, 분노할 거리를 더 잘 발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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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이 유독 궁금했어요. 

화가의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는 작업이에요. 

화가 작업실엔 쓰레기통이 하나씩 있어요. 물감, 몽땅 붓, 못 쓰게 된 그림 같은 것들을 버리는건데요.

어느 날 아침,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그 쓰레기통을 봤어요. 백골이 된 손이 못 쓰는 붓을 잡고 있는 환각이 잠깐 스치더군요. 백골이 되어도 붓을 놓을 수 없는 게 화가의 숙명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 환각과 현실의 물감 찌꺼기를 합일화시켜보고 싶었어요. 바로 작업을 시작했죠. 젊은 조각가들하고 같이 흙으로 빚고 틀을 떠내고...



-그렇담 이건 금빛이 번쩍이는 걸 보니 성공한 화가의 모습인가 보군요.

그 번쩍이는 게 유사 금박입니다. 성공해도 일장춘몽이라는 거죠. 상업주의와 결탁해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작가나 작품의 진가는 결코 단언할 수 없는 거예요.

또 한편으론, 작품의 질과 관계 없이 시간과 운이 빗겨 가는 화가도 있죠. 상업주의와 결탁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고요.

제 아무리 빛나는 정신도 사장될 수 있다는 것... 꼭 화가에게만 적용되는건 아니잖아요. 인간의 삶에 다 적용되는 이야기죠.

궁극적으로 '한 인간의 삶은 운과 시간에 기대지 않고 떳떳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 중에서도 노력을 한 자만이 선택받을 수 있는 거라고요.



-이 작업은 뭔가요?

<폭풍이 지난 간 후>라는 작품이에요. 

이게 '아마란스'라는 꽃인데요. 처음엔 붉은수수처럼 생긴 괴이한 형태들이 신기해서 찾아봤어요. 찾아보니 고대 마야에서부터 내려오는, 굉장히 중요한 신이 내렸다고 하는 식물이더라고요. 줄기가 제 팔뚝만해요. 높이도 2~3m 되고요.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서 밭에 가서 스케치를 했는데요. 하루는 비바람이 세게 몰아쳤는데, 그 다음날  풍경이 장관이더라고요. 커다란 줄기가 서로 엎어지고, 부러지고, 자빠지고, 뒤엉키고... 그 생존의 장이 가진 격정적인 아름다움이 보였어요. 이걸 그려야겠구나 싶더군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 뒤엉켜있으면서 제 방식으로 살아남으려고 하는 격정을 표현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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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주관을 갖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요?

비단길만 걸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생각해요.

저는 주로 인물을 그리는 화가예요.  제 작품엔 인간의 삶 속에서 빚어지는 여러 갈등이 녹아있고요.

그렇다보니 작품을 발표하면 처음엔 사람들이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당혹스러워해요.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림을 보고 싶어 하죠.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작업이니까.


-비난을 들으면서도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나요?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했지요! 내가, 내 고집대로,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니까요.

그 결과로 저는 엄청난 자긍심을 갖고 있거든요. 나는 상업주의와 결탁하지 않았다는. 경제적인 궁핍, 자긍심. 둘 중에 저는 자긍심을 선택한 거지요.



-작업실을 둘러보니, 활발하게 창작이 이뤄지는 공간이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요? 거의 작품 4~5개를 동시에 진행하거든요.

그렇다 해나가다가 그룹이 생기는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를 하죠. 작업실엔 미완성 그림들도 많고요. 심지어 수십 년 동안 미완성으로 쌓여있는 그림도 있어요.



-앞으로도 수많은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아 기대됩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안창홍 작가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숨 쉬듯이, 끝없이, 그냥 쓰러질 때까지 작업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많아요.

정말 왕성하게, 내가 원하는 태산을 쌓아놓고 세상을 떴으면 하는 바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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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 작가

동아고등학교 졸업


주요전시

1993년 금호미술관

1994년 국립현대미술관

1995년 한가람미술관

1997년 성곡미술관 

1997 광주시립미술관

2005년 토탈미술관

2009년 부산시립미술관

2011년 삼성미술관 리움

2013년 현대화랑 

2014년 페이지 갤러리

2015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등


수상

제10회 이인성 미술상

제25회 이중섭 미술상

카뉴 국제 회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