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펜화로 써 내려간 ‘연약한 것들을 위한 시’

GONGSHALL
조회수 428


작가 강주리


강주리 작가는 섬세한 펜화를 통해 작고 연약한 것들의 이야기를 쓴다.

동식물, 식탁보, 액자 틀, 장식품… 


주로 다른 무언가를 꾸미고 보조하기 위해 쓰이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명료하다.

그 속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도와주느라, 정작 자신을 주체적이지 보여주지 못하는 수많은 존재.

작가는 섬세한 펜 끝으로 이들의 모습을 종이에 옮긴다.

그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말이다.


이번 개인전에선 또 어떤 것들의 이야기를 담았을까.

전시가 열린 갤러리에서 강주리 작가를 만났다.




본 인터뷰는 '윤기원의 아티스톡'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전시 축하드려요, 작가님! 

어서 오세요. 강주리입니다. 이번 전시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소개할 수 있어 좋습니다!



- 정말요? 열심히 준비하신 이번 전시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세요.

저는 펜화드로잉을 주로 해왔는데요.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와 그 사이의 관계성, 경계성에 주목해왔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무생물인 물체 사이의 주객 관계를 발견하고 탐구하는 일로 확장됐죠.

계기는 바로 이 작업이었어요. 이건 섀도 박스라고 하는데요. 소위 말해서 유리 캐비닛이에요. 유리관 안에 새들이 박제돼 들어 있는 거죠. 생명체의 장식화랄까요. 살아있는 새라는 생명체를 장식 물체로 만들어버린 거잖아요.

그렇다면 ‘사물도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닌가?’ 라는 고민에 다다랐죠. 관람객도 제 그림을 보면서 정답을 내리기보단 오래 고민해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그림 속에도 관람객을 헷갈리게 하는 장치를 많이 숨겨두었습니다.

이 그림 속 새들은 죽은 걸까요? 살아있는 걸까요? 이 섀도 박스는 평면일까요? 아니면 입체일까요? 또 새는 왜 새장 밖에 있는 걸까요? 새장을 빠져나온 새일까요? 아님 죽어서 박제가 된 새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장식일까요?



- 인간 위주의 사회 속에서 동식물이 일종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건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사물 사이에도 그런 관계성이 존재하나요? 

그럼요. 저는 그동안 계속 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유심히 관찰해왔거든요. 그래서 제 눈엔 그 관계성이 더 잘 보였던 것 같기도 해요. 전시 대표작품을 가지고 소개를 해드리면 좀 더 쉽겠죠?

이번 전시의 제목이 <on stand, in glass, under cloth>인데요. ‘스탠드 위에, 유리 안에, 천 아래’라는 의미예요. 

    -온스탠드

여기 있는 작품들은 일부러 이렇게 디스플레이를 했습니다. 창고에 캔버스를 켜켜이 쌓아두는 모습으로 연출한 건데요. 저는 이런 모습이 오브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보시면 다 ON STAND한 오브제들이에요. 수석, 수정 구슬, 박제, 타조알, 모래시계…  뭔가를 받치고 있는 것들의 총집합이죠. ‘받친다’는 건 그야말로 뭔가를 위한 보조체인 거잖아요. 저는 흔히 보조체로 생각하는 걸 전면에 내세워 보여주고 싶었어요.


    -언더클로스

이건 코바늘 뜨개질 천이에요. 제가 코바늘로 뜬 건 아니고요. (웃음) 코바늘 뜨개질 천을 찾아서 작업했어요. ‘식탁보’라고 하죠? 저 어렸을 때는, 이걸 전화기 아래에도 두고, 테이블에 덮어두기도 하고요. 역시 뭔가를 보조하는 역할이었죠.

하지만 보세요. 식탁 없이도 천 혼자 주체적으로 잘 서 있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언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서 그 ‘무언가’를 빼버리면 얘 자체로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식탁을 빼고 천에 힘을 실어 세워놓은 작업이죠.



-설명을 듣다 보니 근원이 궁금해져요. 작가님이 주체가 아니라 보조체에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요?

결국엔 사회 안에서 제가 계속 보조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에요. 내가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지하고, 돕는 사람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왔거든요. 동식물들은 또 어떤가요. 그들은 사람을 보조하는 역할로 살아왔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마이너리티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들만이 가진 힘들을 보여주고 싶고요. 그러다 보니 강함을 대놓고 드러내는 방식보다는, 연약함 속에서 강함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 그런 의도가 펜과 종이를 가지고 작업하는 이유와도 연관이 있을까요?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서양화과를 전공했는데요. 그러다보니 처음엔 너무나 당연하게  캔버스만 사용하다가 굳이 갇혀있지 말자며 다른 재료를 시도했어요. 제겐 종이라는 물성 자체가 더 따뜻하고, 냄새도 나는… 손맛이 나는 재료라 사용하게 됐죠. 더 연약할 순 있지만요. (웃음)

저는 펜이 주는 감각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신문을 읽고 책을 읽듯, 제 그림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펜을 선택하기도 했죠. 

또, 펜과 종이는 어디서든 편하고 쉽게 작업할 수 있단 것도 좋았어요. 제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다 보니 편의성도 중요하더라고요. 종이는 그냥 둘둘 말아 들고 다니면 되고, 펜도 가볍잖아요?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 전 좋더라고요.



- 펜화 작업을 실제로 보니 제 예상보다도 선이 훨씬 세밀해서 놀랐어요. 선의 밀도도 높고요. 작품 하나를 제작할 때, 피로도가 상당히 높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맞아요. 펜화의 특징이 고칠 수 없다는 거거든요. 저는 밑그림도 안 그려요. 그래서 한 작품을 그릴 때면 엄청나게 집중해요.

펜에 손을 들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 눈으로만 빈 종이를 뚫어지게 보는 시간이 족히 이틀은 되는 것 같아요. 재밌는 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작업을 시작해도 100% 계획대로 그리진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다 보면 분명 매번 바뀌는 게 있고요!

그림을 그리다가 삶의 자세도 배운다니까요? (웃음)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집착을 하게 되잖아요. 계획과 달라진 부분에 집중하면 실수가 더 도드라져요. 그럴 땐, 그냥 펜을 놓고 세 발짝 물러나서 다른 데를 가야 하더라고요. 

 


-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강주리 작가가 작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건 뭔가요?

지금까지 해 온 고민을 계속 공유하는 거예요. 끊임없이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할까요? 아티스트로서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항상 고민해요. 제가 사회운동가도, 환경운동가도 아니긴 하지만요. 사람들이 쉽게 바라보지 못하는 시선을 던져주거나, 그냥 질문을 던져주는 정도.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클릭 / 유튜브 공셸TV 채널 바로가기

유튜브 채널에서는 더 많은 작가들의 작업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예술과 친해지고 싶다면 공셸TV로 놀러오세요!




강주리 작가  

미국 Tufts대학교 보스턴뮤지엄스쿨 석사 졸업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


주요개인전

2021   On Stand In Glass Under Cloth, 갤러리조선, 서울, 대한민국

2020   Cultivated, 갤러리NAGA, 보스턴, 미국

2019   Turn Blue, 카이스트 경영대학 Research&Art갤러리, 서울, 대한민국

2018   욕망되고픈 욕망 The Desire to be Desired, 갤러리조선, 서울, 대한민국

2018   Twisted Nature: 퀀텀점프 2018 릴레이 4인전, 경기도미술관, 안산, 대한민국

2018   Blue on Blue, 주스페인한국문화원, 마드리드, 스페인

2017   실험 단계 Experimental Stage,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대한민국

2017   VictoriANimals, 갤러리NAGA, 보스턴, 미국

2015   Nature, Fathomable., 펜실베니아공과대학교 갤러리, 윌리엄스포트, 미국

2014   Unnaturally Beautiful, 뉴햄프셔대학교미술관, 더햄, 미국

2014   Troubled Paradise, 갤러리NAGA, 보스턴, 미국

2012   JooLee Kang, 노블앤그리노프스쿨 Foster갤러리, 데드햄, 미국


주요 레지던시 & 수상 경력

2021   수림문화재단 수림아트랩 선정작가, 대한민국

2020   UnKnown Asia 그랑프리 수상자, 일본

2019   수원시 문화예술발전기금 지원사업 선정작가, 대한민국

2018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 선정작가, 대한민국

2018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경기도, 대한민국

2017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청주, 대한민국

2015   Willapa Bay AiR 입주작가, 오이스터빌, 미국

2014   Inside-Out Art Museum 레지던시 작가, 북경, 중국

2013   SMFA Traveling Fellowship 수상자, 미국

2012   St. Botolph Club 신인 아티스트상 수상자, 미국

2012   Massachusetts Cultural Council 아티스트상 수상자, 미국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대한민국

경기도미술관, 대한민국

양평군립미술관, 대한민국

페이스북코리아, 대한민국

미라마 그룹, 홍콩

노블 앤 그리노프 스쿨, 미국

터프츠대학교, 미국



클릭 / 유튜브 공셸TV 채널 바로가기

유튜브 채널에서는 더 많은 작가들의 작업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예술과 친해지고 싶다면 공셸TV로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