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재료 연구만 3년, 숯으로 그린 달빛 그림!

GONGS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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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재삼


이재삼, 그의 그림은 크고 어둡다.


화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어두움.

그러나 신기하게도 무섭지 않다.

그저 깊은 밤, 고요한 숲속에 들어선 느낌이 들어 평온하다.

이유가 뭘까?


작가는 그림 속에 어둠이 아니라 빛을 담는다.

깊은 밤, 숲속을 조용히 관조하는 달빛의 감성이야말로 이재삼 작가가 진정 표현하고 싶은 것이란다.


달이 가진 감성적인 빛을 표현하기 위해,

무려 3년간 숯(목탄)을 연구했다.


그림을 그리기엔 좋아도 작품으로 보존하기엔 어렵다는 숯(목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재료의 한계는 극복해야만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연구 끝에

마침내 탄생한 목탄 회화!


손으로 만져도 망가지지 않고,

심지어 영구적으로 보존이 가능한

이재삼의 작품들!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기도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아갔다.



본 인터뷰는 '윤기원의 아티스톡'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재삼입니다.



-여기서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생활하는 공간인가 봅니다!

네, 작업 공간이 겸비된 전원주택이죠. 이 곳의 본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했어요. 기존의 공장 같은 느낌을 그대로 빈티지 감성을 살렸습니다. 

제 작업의 크기가 큰 편이라 그에 맞는 작업실 공간의 크기도 고려했고요. 또 휴식을 취할 곳도 한쪽엔 휴식 장소도 있어요. 작가들한테는 음악이 일하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취미여서요. 보시면 음악 CD가 많죠?

옆에도 공간이 있는데 보실래요? 여기는 이렇게 작품을 전시해 두었어요. 미술 관계자들이나 손님들 외부에서 오시면 그림을 보여드리고 싶어도, 매번 새로 펼치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제가 크기가 큰 작업을 하다 보니까 더 어려움이 있고요. 그래서 이 공간은 2층까지 작품이 있도록 꾸며봤어요. 



-인물 작업이랑 눈이 마주쳤어요. 이 작품 소개 좀 해주세요.

제 목탄 회화의 시작점이 인물이었어요. 지금 보신 작품이 제가 30대 중반 넘었을 때의 작업인데요. 이 시기의 목탄 작업을 통해 저만의 기법을 정립하고, 회화재료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었어요. 

사실 그전에는 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현대 미술이 그렇듯, 저도 설치미술을 했었어요. 어느 순간 내 옷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새로운 길을 찾았는데, 그게 회화였죠.

그런데 고민은 끝나지 않았더라고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회화 재료는, 서구에서 썼던 유화나 아크릴 물감이잖아요. 그것마저도 팽개치고 싶었어요. 대안이 없을까 고민했죠.



-하지만 작가님은 서양화를 전공하셨잖아요. 서양회화 재료들이 더 익숙했을 텐데요!

네, 서양화 전공했죠. 그렇지만 제가 당시에 느꼈던 아쉬움을 채워줄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을 원했어요. 그게 목탄이었죠.

재료는 달라졌지만, 작업의 주된 색감은 연속적으로 이어졌어요. 저는 설치미술 할 때도, 주로 다 검은색으로 작업했는데요. 그 점이 회화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 목탄 회화는 재료 때문에 주목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건 어렵다고 들었거든요. 작가님만의 목탄 다루는 노하우가 있나요?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한 3년을 거의 작업실에 칩거하다시피했죠. 아교부터 송진을 비롯해 자연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재료를 섞기도 하고,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리고 결국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고, 영구 보존할 수 있는 비법을 개발했죠. 

이렇게 그림을 만져도 그대로죠. 저는 목탄이 기법적으로 순화만 되면, 더 오래 간다고 생각했어요. 나무를 태운 목탄, 그러니까 숯은 천년 간다고 하잖아요. 변색도 없고, 습도, 온도에도 민감하지 않고요. 

저는 그림을 다 그리고 난 뒤에, 마지막에 자외선 차단 작업까지 하고 있어요. 목탄이란 재료에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한 결과죠. 제 그림은 영구적으로도 보존이 가능합니다!



-이 그림은 자화상인가요?

네, 저의 30대 중반, 30대 말의 모습입니다. 

그때... 힘들었죠. 세상이 과연 나에게 다가올까 하는 그런 조바심도 있었고요. 작가로서 살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도 많았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그림에 대한 서구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던 헤게모니, 주변으로부터의 강요. 그런 것들을 전부 다 쓰레받기에 쓸어 담아서 한쪽에 밀어놓았을 때에요. 버리기에는 참 힘들었거든요. 노력은 했지만요.

하나만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기본은 무엇인가. 이 물음을 이재삼 작업의 시작점으로 삼았죠.



-그렇게 고민이 많던 시기에, 유난히 인물을 많이 그린 이유가 있나요?

제 주변 사람들을 모델로 하거나 스케치를 많이 했는데요. ‘눈빛에서 인물의 영혼을 추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표정보다는 눈빛. 그래서 제 그림 속 인물은 거의 다 무표정이죠.



-인물을 그리다가 숲, 나무 같은 자연을 그리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제가 강원도 영월 출신인데 강원도 영월이라는 곳은 산이 병풍처럼 다 둘려 있어요. 어느 고장이든. 항상 숲, 나무가 가까이 있었고요.

작가는 자기가 지나왔던 그 부분 자체의 시간성도 자기 작업으로 묻어나올 수 있는 거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숲, 나무 시리즈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죠.

이 소나무를 그린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제가 자라온 곳, 지나온 곳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우리 시골 마을 초입에는 다 당산나무가 있잖아요. 그것도 대부분 다 몇백 년이 된 나무거든요. 변하지 않는 질서, 사람은 여기에 기대는 마음이 있거든요. 당산나무에 기대는 것도 같은 이유고요. 저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어떤 것을 가졌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에 대한 정서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었고요.

계속 생각하니까 떠오른 게 ‘달’이었습니다.



-하늘에 떠있는 그 ‘달’이요?

네. 달은 사실은 동아시아권의 문화인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원의 대상이거든요.

소원을 빌거나 기대거나. 혹자는 ‘한국인에게는 달이 최초의 미디어가 아니었나’라고 말하기도 하죠. 달을 보고 모든 상상을 다 했잖아요. 선비들은 술잔에 달을 담는다고도 하고요. 그러니까 달은 그냥 물리적인 달이 아니었죠.

저는 달의 형태나 물리적인 달에 접근하기보다는, 그 속의 정제된 무언가를 추구하려고 해요. 요즘은 ‘밤의 빛’에 접근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림 속에 달의 형체는 없어요. 작품 제목도 달이 아니라 ‘달빛’이지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건, 밤의 감성이나 정서를 빛으로 끌어내는 거죠.



-밤의 빛, 어찌 보면 역설적인 표현이네요! 빛이 더 잘 보이려면 낮을 그릴 수도 있잖아요.  

그야 제가 더 잘 표현하고 싶은 것이 달의 감성이니까요! 

태양은 이성의 빛입니다. 모든 것이 다 적나라하게 보이잖아요. 그런데 태양 빛 아래에서는 태양을 바라보지 못해요. 태양 자체는요. 그런데 달은요, 그 아래서 바라볼 수 있는 빛입니다. 달빛은 몸으로 느껴야 보이죠. 눈으로는 안 보이는 빛이죠.

그래서 저는 ‘달은 감성의 빛이고 태양은 이성의 빛이다’라고 말해요. 달의 감성치를 끌어내고 싶은 게 제 그림이고요.

제 그림을 보면, 전면에 나와 있는 표상은 나무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맥락에서 보면, 정작 나무가 썩 중요하지는 않겠죠. 그래서 저는 나무 말고, 그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림에 나타나는 표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겠죠. 하지만 결국 제 작업은 빛에 대한 것이라는 점만 기억하려고 해요.



-그런데, 초기에는 달이 형체를 갖추고 그림 속에 담기기도 하던걸요? (웃음)

네, 사실 초기에는 몇 개 작품에 달을 그려 넣었어요.(웃음) 강박관념이었던 것 같아요.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작품들이 다 크기가 큽니다. 대작 위주로 작업하는 이유가 있나요?

전 대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저는 그저 숲을 그리고 싶거든요. 그래서 그림 그릴 때, 내가 숲속에 들어와 있다, 생각하며 작업해요.

그리고 저한테는 큰 작업이 알맞다고 생각하고요. 자기에게 맞는 작업이 분명히 있거든요. 큰 작업이 좋고, 작은 작업은 안 좋다?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한창 작업 중인 작품도 보이던데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요즘 너무 행복해요. ‘M Project’라고, 오랜 시간 마음먹었던 작업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원래 한 65세 정도에 진행하려고 한 건데, 계획보다 빨리하게 됐습니다.

‘달(Moon) 프로젝트’라는 의미인데요. 미술관 전체 벽을 둘러싸는 작품을 제작하는 거예요. 평소 단일 작품이 6~7m 정도 되는데, 훨씬 크고 방대한 작업이 되겠죠?

코로나 때문이에요. 아니,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 2020년 초에 개인전을 열었는데, 거의 바로 국내에도 코로나가 시작됐어요. 고민 되더라고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싶고요. 최소한 작업실은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다 문득 ‘아, 오히려 내가 더 젊은 지금 하라는 계시다!’란 생각이 들었죠. 역발상이었죠.



-다들 좌절하거나 포기할 법한 지점에서 역발상을 할 수 있다니, 타고나길 긍정적인 성격인가요?

넘어져야 일어서더라고요. 그런데 작가는 항상 넘어져 있거든요. (웃음) 작가가 언제 안정된 적이 있던가요? 없어요!



-흔히 물질적,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삶의 모습을 ‘성공’이라 말하잖아요. 예술가에게 성공은 뭘까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와 작가의 성공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Let’s Fly’! 저 위를 날고 싶은 게 성공이에요. 하지만 작가는 반대죠. 웅덩이를 파서 얼마만큼 깊이 들어갔는지가 중요해요. 그렇게 파고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떨까요? 깊이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눈에 보이는 하늘은 점점 더 작아지겠죠.  다만 깊어진 웅덩이만큼 작가의 내면은 굉장히 강해질 거예요. 그리고 자기 질서만 있는 거죠.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요. 예술가들에게 손뼉 치는 이유, 바로 이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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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삼 작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강릉대학교 미술학과 학사


주요 개인전

2020 갤러리그림손, 서울

2019 박수근미술관, 양구

2019 동대문DDP 갤러리문, 서울

2018 아트센터쿠, 대전

2018 갤러리다함, 안산

2017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2016 해움미술관, 수원

2016 MAD뮤지움 아트앤디자인, 싱가포르

2015 신미술관, 청주

2015 두인갤러리, 서울

2015 롯데갤러리본점, 서울

2014 아트사이드갤러리, 서울

2013 스페이스 K, 과천/광주

2013 갤러리이즘, 대전

2012 영월문화예술회관, 영월

2011 아트사이드갤러리, 서울

2010 장흥아트파크미술관, 양주

2008 갤러리아트사이드베이징, 북경

2007 갤러리아트사이드, 서울

2005 이영미술관, 용인

2004 갤러리도올, 서울

2002 갤러리해피칼라, 서울

2002 갤러리우덕, 서울

2001 갤러리라메르, 서울

2001 갤러리아트사이드, 서울

2000 포스코미술관, 서울

2000 갤러리아트사이드넷, 서울

1999 한원미술관, 서울

1996 조성희화랑, 서울

1994 가인화랑, 서울

1992 제3갤러리, 서울

1990 수화랑, 서울

1988 일갤러리, 서울


수상 및 레지던시

2018 제3회 ‘박수근미술상’

2015 청남대대통령기록관 윤보선대통령 초상화제작 ‘지명공모부문작가로 선정’

2015 Google 아트 프로젝트 ‘구글 아트 앤 컬쳐’ 한국작가로 선정

2006~2009 장흥아트파크 아뜰리에 레지던시

2003~2006 이영미술관 아트스튜디오 레지던시

2000 올해의 한국미술선 선정

1988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1983 청년미술대상전,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