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800살 은행나무를 1년 동안 그린 작가, 최선길

GONGS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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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선길



강원도 원주 문막 반계리.

이곳에는 800살이 훌쩍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그리고 이 나무에게는 1년, 4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자신을 오래, 자세히 바라봐 준 벗이 있다.


바로 오늘의 작가, 최선길이다.


2019년 겨울, 

작가는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 앞에서 자리를 폈다.

매서운 바람, 체온을 떨어뜨리는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또 겨울.

꼬박 1년 동안 나무와 작가는 서로의 모든 것을 내보였다.



800살 넘은 은행나무 앞에서,

작가는 ‘사물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자신을 그토록 살뜰히 바라봐 준 작가 앞에서,

나무는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 치열하고도 다정했던 1년간의 기록이 담긴 그림들.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강원도 원주 치악예술관에서 최선길 작가를 만났다.



본 인터뷰는 '윤기원의 아티스톡'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안녕하세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양화가 최선길 작가입니다.



-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대부분 야외에서 그려졌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문막 반계리에 천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1000호 크기의 작품 네 점을 제외하고는 전부 현장에서 그렸지요. 직접 가서 사생을 했답니다.

실은 뭐 요즘 다들 사진 보고 그리는 게 대세죠. 그런데 저는 ‘회화의 기본적인 태도는 대상을 직접 바라보고 그리는 것에서부터다’라고 생각해요. 대상의 혼을 그림에 담는 훈련이 돼야 한다고요. 그냥, 저는 이 나무를 택한 거예요. 내 그림에 혼을 담고 싶은 대상으로요.



- 운명의 상대를 만난 거군요! 첫 만남도 운명적이었나요?

재작년 12월 24일에 첫 드로잉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뭐 이미 잎이 다 떨어지고 없었을 때죠. 그런데 저는 그 모습으로 처음 만난 게 더 좋았어요. 실체를 본 거니까. 비유하자면, 발가벗은 채 목욕탕에서 처음 만난 거죠. (웃음) 

실은 제가 나무를 한 30년 넘게 그렸거든요. 그래서 나무하면 떠오르는 수형이 있어요. 그런데 이 나무는 제가 생각했던 범위를 벗어났어요. 그냥 이렇게 첫사랑처럼 쿵 하고 와닿았죠. 감동 그 자체였죠. 보는 순간 그랬어요. 이 나무는 1년은 그려야 되겠다.



- 겨울에 시작해서 봄, 여름, 가을까지… 정말 계절이 그림 속 나무에 그대로 나타나네요.

대작 4점은 사계절의 대표적인 장면을 담았어요. 4월 초순에 그린 나무는, 이제 막 봉우리가 터져서 새순이 막 올라오는 가장 찬란한 봄의 모습이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름 은행나무인데요. 그 색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계절마다 특색이 있거든요.

아쉬운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나무를 떠올리면 단풍이 노랗게 물든 모습만 상상해요. 딱 그 모습만 보러 오시죠. 하지만 우리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잖아요. 어렸을 때, 청년일 때, 나이가 들었을 때… 다 다르죠. 우선 외모부터 많이 바뀌잖아요. 나무도 마찬가지로 매해, 매 계절, 매 순간 바뀌거든요. 



- 은행나무 하나를 1년 넘게 골똘히 관찰해서 그림을 그리는 일. 지겹고 지치진 않았나요?

프로젝트로 정했어요. 매일 하루에 한 장씩 1년 그리기. 프로젝트 이름은 <song of 1k year>, 천년의 노래라는 뜻이죠. 그렇게 정하고 난 뒤로는 매일 그렸어요. 드로잉을 다 하고 나면 밑에 천년의 노래라 쓰고, 날짜도 기록하고요.

매일 드로잉을 하다 보니까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드로잉은 몸이 그리는 거더라고요. 추운 날 야외에서 드로잉을 하다 보면요. 날씨가 추우면 몸도 막 빨라져요. 분명 내 드로잉인데 내 의도대로 안 돼요. 정작 몸 상태가 드로잉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더라고요. 2월, 한창 추울 때 그린 그림은요. 보다시피 좀 덜 그렸죠? (웃음)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작가는 끊임없이 드로잉을 해야 한다”라고 하는데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저 스스로는 그렇게 안 했더라고요. 하는 내내 반성도 많이 하고요, 스스로 한 약속도 지키려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상주의 화가들이 생각났어요. 인상주의 화가들도 빛이 변하는 모습을 정확히 관찰하려고 야외에서 같은 모습을 반복해 그렸잖아요.

맞아요. 저는 이번 나무를 1년 동안 관찰한 일, 야외에서 사생 한 일까지 모두 다 엄청난 경험이자 공부였어요. 인상주의 작가들이 현장에서 햇빛과 싸우고, 또 대상을 치열하게 관찰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들의 역할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거죠.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요.

제가 그림 그리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이 나무를 보러 와요. 하지만 느낄 줄 몰라요. 나무를 배경으로  인증샷 몇 장 찍고 그냥 휭 가요. 사진이라는 매개체가 우리에게 준 편리함이 분명 있지요. 하지만 보고 있으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나무 입장에서 보면 ‘난 뭐지?’ 이러지 않을까요?



- 저도 자주 하는 실수 같아요(웃음). 이번 전시를 위해 1년을 꼭 채워서 고생하셨는데 다음 계획은요?

한 두 달 쉬면서, 조금 천천히 다음 행보를 준비하려고 해요. 제가 반계리 은행나무 한 그루 밑에서 1년을 지냈잖아요. 지난한 수도 있는 저와 나무 사이의 1년을 본 분들의 반응이 의외였어요. 아주 많은 분들이 “이 나무를 보고 힐링이 됐다”라고 하더라고요. 

제 1년 동안의 고생이 단순한 고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 모두 어려운 시기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뭐든 꾸준히 해낸다면, 그것이 다른 사람한테 희망과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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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길 작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서울예술고등학교 강사


주요전시

2015 최선길展, 아라아트센터, 서울

2009 최선길展, 갤러리 사이아트 

2009 최선길展, 갤러리 리즈 

2008 최선길展, 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2006 최선길展, 예술의 전당 

2003 최선길展, 갤러리 인데코 

2001 최선길展, 빛 갤러리 

1999 최선길展, 온누리 갤러리 

1996 최선길展, 갤러리 인데코 

1995 최선길展, 하나갤러리 

1994 최선길展, 갤러리 이콘 

1991 최선길展, 관훈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