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마티스, 앵그르, 들라크루아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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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리스크에 빠진 서양화가들

살짝 감은 눈, 요염한 자세, 화려한 융단 위에 누운 동방의 여인! 탐스러운 붉은 과일과 하얀 목련꽃의 색상대비가 돋보이는 그림! 

미국의 부호 데이비드 록펠러가 거실에 걸어두고 평생을 감상했다는 바로 그 작품, 앙리 마티스의 <목련 옆에 누워있는 오달리스크>다.



온화한 지중해의 기운이 담긴 <목련 옆에 누워있는 오달리스크>

<목련 옆에 누워있는 오달리스크>는 마티스가 프랑스 파리를 떠나 니스에서 그린 그림이다. 오달리스크 시리즈 중에서도 화려한 색채와 나른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그래서 록펠러는 이 작품을 좋아했던게 아닐까.

마티스는 세계대전의 삭막함과 황폐함을 피해 니스로 떠났다. 니스의 온화한 햇살과 반짝이는 바다 빛, 선명한 자연의 색에 푹 빠져든 마티스. 이 시기에 '오달리스크'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린다. 소묘나 드로잉 같은 전통적 기법으로 모델을 묘사하기도 하고, 색과 형태에 집중해 마티스만의 예술적 표현을 탐구했던 시간이다.


'오달리스크(Odalisque)'와 '하렘(Harem)'

오달리스크는 방을 의미하는 터키어 ‘오다oda’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스만 터키제국 황제의 후궁들이 사는 궁정, ‘하렘harem'. 이 하렘에 사는 하녀를 ‘오달릭odalic’이라 불렀고, 프랑스식으로는 ‘오달리스크odalisque’라 불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달리스크’는 하렘의 하녀뿐만 아니라, 유럽 근처의 동양 여성을 지칭하는 의미로 확장된다. 하렘은 이슬람만의 공간이자 아무나 갈 수 없는 금단의 구역이었다. 이토록 비밀스러운 ‘하렘’과 ‘오달리스크’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19세기 유럽, 미지의 세계 '동방'에 빠지다

19세기 유럽은 개혁과 혁명, 제국주의 시대였다. 미지의 세계인 동방에 대해서도 마음껏 상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들도 책과 그림을 통해 동방의 문화를 접한다. 특히, 유럽 남성 화가들에게 '오달리스크'란 소재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신비롭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알고 싶은 탐구의 대상이었던 것!


신고전주의자 앵그르의 오달리스크

19세기 프랑스 미술계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가 공존했다. '주제나 형식이 고전적이거나 절대적이어야 아름답다는 작가들', '주관과 감성, 개성을 중시하는 작가들'이 함께 있었던 셈.

대표적인 신고전주의 화가였던 앵그르는 <그랑드 오달리스크>를 남긴다. 정형화된 형식과 정통성을 중시했던 그는 그리스로마 신화 같은 고전적 작품들이 주제나 형식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달리스크를 르네상스 작품 속 이상적인 여인처럼 그린다. 조각상 같은 매끄러운 피부, 분명한 윤곽선을 바탕으로.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이상적인 누드화를 제작하고자 했다. 뼈가 없는 것처럼 길게 늘어진 팔, 유난히 긴 허리와 큰 골반, 어긋난 왼쪽 다리의 위치까지... 언뜻 보기엔 인간의 몸이라고 할 수 없는 여인의 모습.  하지만 앵그르는 실제 인체 비례를 왜곡하고 변형해서라도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었다. 터번과 부채, 아라베스크 패턴의 비단 등 소품을 자세히 묘사했고, 화려함이 돋보이는 채색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그 결과 앵그르의 대표작 <그랑드 오달리스크>는 ‘사랑스러운 색채를 가진 작품이라는 찬사’와 ‘기본적인 비례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함께 듣는 작품이 됐다. 이후로도 앵그르는 오달리스크를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랑드 오달리스크>만큼 신체 비례를 왜곡하진 않았다. 그의 마음 속엔 고전주의자로 남고 싶은 욕망이 더 컸던걸까?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오달리스크

비슷한 시기,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도 오달리스크에 빠진다. 개성과 감성, 사회와의 관계를 중시했던 낭만주의자들은 고전적 예술을 답습하기보단 새로운 아름다움을 원했다. 이국적인 오달리스크는 딱 맞는 탐구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들라크루아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1832년 모로코로 사절단 출장을 떠난 것! 6개월간 동방 지역을 여행하며 100여 점의 소묘와 기록을 남긴다.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던 동방 문화를 가까이서 체험하고 관찰하면서 오리엔트와 오달리스크를 지나치게 왜곡하거나 미화하지 않게 된다. 여행 이후, 들라크루아의 오달리스크는 사실적인 묘사와 보편성을 갖추게 된다.


야수파 화가 마티스의 오달리스크

동방 지역을 여행한 뒤 그 문화에 푹 빠진 또 다른 화가는 마티스였다. 1906년 알제리 여행 후, 동방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마티스는 오달리스크를 통해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었다. 그는 ‘누워있는 오달리스크’를 자신의 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해 몰두했다. 

미켈란젤로 조각상의 포즈를 연구했고 오달리스크 연작에 반영한다. ‘누워있는 오달리스크’는 한쪽 다리를 꼬아 세우거나 다리, 어깨, 몸통의 방향을 엇갈려서 아름다운 곡선과 리듬감을 보여준다. 담요와 벽지의 장식적인 패턴과 어우러진 ‘가로로 길게 누운 오달리스크’는 마티스만의 아이콘으로 탄생한다.


오달리스크를 둘러싼 상반된 평가

예술가들에게 인체, 특히 벗은 몸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익숙한 소재이다. 관능적인 분위기와 육체의 비례를 살려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고 작가만의 비밀스러운 의미도 담을 수 있기 때문.

오달리스크 그림은 예술가들의 고귀한 창작물이다. 한편, 제국주의와 서양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상반된 평가를 함께 받기도 한다. '아름다움과 미지에 동경을 품은 예술가들의 결실이다', '동방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린 왜곡된 결과다'.



ART C: curation contents

오달리스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첫 번째 추천은 책 <앵그르의 예술한담>

<그랑드 오달리스크>의 화가 앵그르가 남긴 글을 엮은 책이다. 앵그르는 동방 문화를 자의적으로 왜곡되게 표현했다 비판받기도 했다. 비난 속에서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오달리스크를 그려낸 앵그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해보고 싶다면 추천!


다음은 림킴의 앨범 <GENERASIAN>.

동양 여성으로서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었다. 림킴이 본 오리엔탈리즘은 정확한 국적을 알 수 없고 마구 뒤섞인 모습으로 표현된다는 것!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 ‘yellow’를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은 묘하게 통쾌하다. 오랜 시간 외국에서 동양 여성으로 살았던 림킴의 돌직구 풍자를 즐겨보자.


다음은 애니메이션 <뮬란>.

디즈니 최초로 동양을 배경으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린 애니메이션 <뮬란>. 1998년에 개봉했을 당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오달리스크를 둘러싼 상반된 평가를 생각하며 다시 보면 좀 다르게 느껴질 작품이기도 하다. 동양의 설화와 동양 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 건지, 동양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비로움은 타당한 건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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