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신촌의 독수리, 다시 날다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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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 독수리다방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영화가 잇단 흥행이다. 가히 복고 열풍 시대라 할 수 있겠다. 7080세대가 자주 찾던 젊음의 상징이자 메카였던 신촌에는 전설로 회자되는 음악다방이 있다. 바로 독수리다방이다.

 
1970년대 혜화동에 학림다방이 있다면, 신촌에는 독수리다방이 있었다. 음악다방, 미팅 장소, 만남의 장소, 여러 문인의 단골집으로 신촌 대학가 명물이자 랜드마크였다.

다만 독수리다방은 급격히 변화하는 커피 산업의 트렌드를 쫓지 못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스타벅스를 필두로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 사이에서 설 곳을 잃었고 결국 2004년 폐업을 맞았다.

2013년 재오픈한 독수리다방


추억 속 명소로만 남을 뻔했던 다방을 창업자 김정희 씨 손자 손영득 대표가 지난 2013년 1월 재오픈했다. 미국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국내 투자자문 회사 직원으로 3년간 일했던 그가 어느 날 돌연 독수리다방을 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청춘을 선물하고 싶었다
 
요즘 대학가에선 열띤 토론을 벌이며 에너지를 분출하는 청춘들을 보기 어렵다. 경제난 취업난으로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메마른 정서의 각박한 취업준비생들만 즐비하다. 80, 90년대 신촌 대학가를 기억하는 손영득 대표의 시선엔 그저 이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내로라하는 직장에서 인정받고 지위도 얻었던 그는 어느 날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점점 각박해져 가는 자신을 반성하며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자문했다.

dok-dabang 독수리다방을 줄인 말이다


그 역시 치열한 경쟁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었다.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수리다방을 다시 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독수리다방 내부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소통의 장이자 열정의 상징, 팝송을 듣고 문학을 나누며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제가 기억하는 독수리다방이 그러한 공간이었습니다. 그 에너지를 부활하고, 청춘을 선물하고 싶었답니다.”

그 시대 독수리 다방의 역할, 정체성, 시대적 상징을 어떻게 살려볼까 고민했단다. 손영득 대표는 그 시절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오픈 당시 콘셉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복고풍으로 해야 할지 모던풍으로 해야 할지. 많은 고심 끝에 이름, 정신, 철학은 유지하되 공간은 새롭게 하자고자 결심했다.

흡사 대학 도서관을 보는 듯한 독수리다방

 
인테리어는 미국 유학 시절 대학교 도서관의 리딩 룸을 연상해 디자인했다. 그러다 보니, 카페에 와서 몇 시간씩 잠만 자다 가는 손님, 대학생 커플이 애정행각을 펼치는 장면 등 학교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종종 볼 수 있단다.

운영 녹록지 않지만, 그래도 잘했다

독수리다방은 재도약했지만, 어려운 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픈을 준비할 때 실시했던 시장조사 결과 신촌역 부근에만 카페가 51개, 대학로는 9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이미 카페는 포화상태였다. 개인 카페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 게다가 손영득 대표는 커피 전문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 있었단다.

“오픈 초기부터 독수리다방이란 공간에 대한 철학과 정체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음료를 마시러 온다기보다,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오는 손님이 많습니다. 사실 회전율이 높지 않아 영업적으로는 어렵죠. 다만 오픈할 당시 의도했던 바처럼 손님들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높기에 만족합니다.”


독수리다방 커피

 
회전율이 낮은 대신 음료나 디저트 가격이 주위 카페에 비해 비싼 편이다. 그래서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쓴다. 메뉴 개발에도 꾸준히 힘써 최근 출시한 독수리다방 커피 메뉴의 인기는 상당하다.

독수리다방은 7080시대의 향수가 그리운 사람들의 아지트다


“학생들만 다방을 즐겨 찾는 것이 아니랍니다. 7080시대의 향수가 그리운 사람들. 지금 50, 60대분들도 주말이면 자주 찾으십니다. 많이 달라진 풍경에 적잖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죠.”

“할머님이 운영할 때 주로 오던 운동부 선수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며 종종 찾습니다. 지켜보면 서로 예전 추억을 정겹게 나누시는데, 그 모습을 보면 독수리다방을 다시 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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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36


에디터, 사진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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