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운영,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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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고동 카페 드 파젠다 김숙희 대표



76세에 그림을 시작한 미국의 화가 애나 메리 모지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늦은 나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면 해보세요.”
46세에 커피를 시작한 카페 드 파젠다 김숙희 대표는 여기에 한마디 덧붙인다.
"늦은 나이에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서두르지 마세요. 천천히 실력을 쌓으세요. 절대 늦지 않습니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미군 부대와 맞닿은 이 동네 거리는 너무도 한적하다. 10여 분을 걸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카페 하나 없을 듯한 이 거리에서 갑자기 향긋한 커피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나도 모르게 그 향기에 끌려 도착한 곳이 '카페 드 파젠다'다.

카페 드 파젠다를 들어서면 길게 쭉 늘어진 커피 바가 보인다.

카페가 한적할 시간인 오후 3시. 손님으로 제법 가득찼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매장 안쪽으로 길게 뻗은 형태의 커피 바가 있다. '하리오'나 '칼리타' 등의 커피 드리퍼와 사이펀까지 보통 카페에서 보기 힘든 커피 기구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커피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잠시 넋을 놓고 구경하는 사이 "어서 오세요"라고 반기는 이가 있다. 카페 드 파젠다의 김숙희 대표다.


보통 카페에서 보기 힘든 도구. 사이펀


푸근하다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다. 부드럽고 따스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김숙희 대표를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게다가 카페가 조용할 3시가 넘은 시각, 좌석 대부분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이 두 가지를 통해 마셔보지 않아도 커피 맛이 어떨지 대략 가늠된다.

원두커피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인 2000년 즈음 김숙희 대표는 커피를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이나 수입 원두를 통해 가끔 마시던 커피가 사실 궁금하던 터였다. 하루에 4시간씩 6개월 과정. 집과 가까운 대학의 커피 강좌를 들었다. 40대 중반, 남편과 두 아들을 책임지는 가정주부에게는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수업을 수료했다.


부드럽고 따스한 미소를 놓치지 않는 김숙희 대표


그에게 커피를 배우는 과정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을 선사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그는 커피의 매력에 빠져만 갔다. 대학 강좌를 수료하고, 커피로 유명한 곳이라면 빠짐없이 찾았다. 국내는 물론, 가까운 일본으로 건너가 커피를 배웠다. 해외 커피의 산지를 직접 방문해 커피의 특성을 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40대 중반 늦깎이로 커피 공부를 시작해, 카페 드 파젠다를 내기까지 6년이 걸렸다. 제법 오랜 기간 준비한 셈이다. 김숙희 대표에게 "카페 운영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물었더니 "12년 가까이 이 자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놀랄 노짜다. 국내 기준, 카페를 창업한 10명 중 9명이 1년 내로 폐업한다. 사실 상권이라곤 없는 한적한 서빙고동에서 12년간 한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카페 드 파젠다 2층. 각종 세미나나 커피 교실이 열리는 장소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카페 드 파젠다 커피 바


이러니 제법 많은 사람이 김숙희 대표에게 카페 창업 관련 질문을 던진다. 은퇴 후 일자리를 걱정하는 중년이나 집에서 적적한 가정주부들이 많다. 그중 카페 운영에 대해 연구를 조금이라도 해보고 질문하는 사람은 드물다.

"커피 향이 좋고, 시간도 많이 날 것 같고, 단순히 우아할 것 같아서 카페 창업을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버리세요."
인자했던 그의 안색이 변할 정도로 단호하다.

"커피는 각기 다른 산지에 따라 맛이 달라요. 볶는 시간에 따라서 같은 원두라도 맛이 달라지죠. 갈아낸 커피 원두의 입자 크기에 따라서도 또 달라요. 게다가 기온, 습도 등의 변수도 생각해야 해요. 즉 커피를 한 잔 내리는 데도 매우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카페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

그의 말에 따르면 국내 커피 환경은 상당히 일본의 과거를 꼭 보는 듯이 닮아간단다. 일본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한지 몇년이 지나고 우리나라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 드립 커피나 사이폰 커피도 일본에서 인기를 끄니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단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하루가 멀다고 카페가 생기는 일은 이미 일본에서 10여 년 전까지 있었던 일이란다. 그렇게 우후죽순 카페가 난립하고 결국 실력 없는 카페는 자연스레 사라졌단다. 그렇게 일본에서 없어진 카페가 번성기에 비교해 40% 정도다.

"결국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커피 맛이 좋고, 커피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카페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이야기에요. 늦은 나이라도 커피가 좋다면 시작해도 좋아요. 다만 많은 고민과 공부가 없다면 카페를 여는데 들어간 돈은 휴지 조각이 될 겁니다."


카페 드 파젠다를 가득 채운 독특한 찻잔과 커피 도구들.


이제 일흔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김숙희 대표의 커피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커피 바를 떠나지 않는다. 아직도 커피 포터필터를 들고 에스프레소를 뽑고, 드리퍼로 커피를 내리는 그의 모습이 바로 방증이다. 언젠가 여건이 되면 커피 감별사로 활동하는 첫째 아들과 커피 로스터인 둘째 아들과 함께 큰 로스터리 카페를 짓고 커피여생을 보내고 싶단다. 그리고 허락하는 그날까지 커피를 내릴 것이란다.  

카페 드 파젠다
문의 전화: 02-792-6007
찾아가는 길: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51길 64
대표 메뉴: 각종 드립커피, 사이펀 커피


커피 바를 떠나지 않는 김숙희 대표. 여전히 현역이다.



에디터 박현성
사진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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