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창작자를 기르는 공간 <21세기 공장장>

에디터 진성훈
2018-12-21

뉴트로 거리 | 상수와 합정 사이



21세기 공장장은 대규모 설비 없이도 뛰어난 제품을 만든다. 그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열고 커피를 제공하며 남다른 분위기를 전하고자 애쓴다. 성능과 가격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시대에 최고의 사치는 차별화 된 경험이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없는, ‘이 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찾았다

*동네를 만드는 작은 가게에서 이어집니다.


커피발전소


커피발전소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처럼 기계적인 구석이 있다. 연중무휴에, 가격은 메뉴 관계 없이 5,000원. 마치 공산품같다. 하지만 이곳은 9가지 원두를 취급하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다. 케냐, 브라질, 과테말라 등 각종 산지의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내리는 정성이야말로 커피발전소의 동력이다.
이렇듯 일률적 서비스가 아닌 감성적 터치를 찾는 사람들이 방문해서일까. 7평 남짓한 공간에는 테이블마다 영화제, 쇼트, GV 같은 단어가 오르내렸다.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어도비 프리미어(Adobe Premiere)를 노트북 화면에 띄운 채 회의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영화인, 소설가 등 창작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주로 방문한다는 사실을 어딘가에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커피발전소는 그렇게 9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작관련 책 역시 그 시간만큼 쌓였다. 책장이 모자라 벽에 선반을 설치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책장 위에 책을 쌓을 만큼. 한 영상제작자는 이런 글을 남겼다. 늘 가던 커피발전소에 앉아 책을 읽는데 맞은편 테이블에 흥미로운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했다고. 멋진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하던 도중, 그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며 “영상 잘 보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건넸다고.


오랫동안 같은 결을 유지한 공간의 힘이다.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을 살 수 있다면 먼 걸음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INFORMATION

02-333-3153

서울 마포구 토정로 49

매일 10:00 – 22:00




어반플랜트


이제 식물로 실내를 꾸민 테마 카페는 흔해졌다. 반면 식물을 활용하면서 도시의 역동성까지 공간에 녹여낸 카페는 많지 않다. 다행히 어반플랜트는 플랜트(Plant)의 의미를 식물과 공장 2가지 모두로 해석한다.
온통 식물로 뒤덮인 공간이 아니다. 카페 내부는 공장에서 쓰는 나무 팔레트와 화분이 나란히 놓여있고, 노출 콘크리트로 꾸민 천장에는 앙증맞은 식물이 걸려있다. 색깔도, 분위기도 정반대인 것들을 같이 놓으니 서로의 특성이 더 잘 드러난다.


그렇게 1층과 2층은 어디를 둘러봐도 초록 식물과 회색 벽돌, 혹은 옅은 갈색의 나무 팔레트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 적당한 균형감. 콘셉트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함을 제공하는 공간의 특징이다.
한편 지하 공간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금 낮은 천장에 깔끔하게 칠한 하얀 벽, 노란 조명과 손바닥만 한 화분까지.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일과 휴식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삶. 일상에서 받은 자극을 업무에 활용하는 지식노동자 혹은 창작자에게 요구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느슨함과 긴장감 사이를 오가며 조화로운 일상을 꾸리는 데 요긴한 자극은 언제나 환영이다.


INFORMATION

02-1644-4202

서울 마포구 독막로4길 3



 

그문화다방


당인동에 자리한 그문화다방은 카페 겸 갤러리 겸 펍이다. 공간 곳곳에 놓인 홍보 포스터만 봐도 문화 공간임이 대번에 드러난다. 함께 춤을 배우고 공연을 즐기는 모임 ‘락앤롤 스윙 댄스’, 극작가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강연을 진행하는 ‘동시대인: 미래의 창작, 일과 놀이’ 컨퍼런스 홍보 포스터 등등.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벽에 걸린 각종 그림부터 시작해, 나란히 놓인 공구상자, 스티커가 붙은 통기타, 식물이 꽂힌 와인병들까지. 어지러울 만큼 많은 것들이 함께 있다. 하나로 딱 정의하기 힘들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다.



이곳에는 유행하는 인테리어 소품이 없다. 꼭 팔아야 하는 제품도 없다. 주류 문화와는 별개로 주인의 취향을 모아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취향은 명쾌하게 설명되거나 정의될 필요도 없다.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경계 없이 받아들이고 즐길 뿐이다.
이것이 자신의 개성을 살려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의 기본 태도가 아닐까. <최고의 이혼>, <시그널>을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독 자주 등장하는 것 역시 그문화다방이 주는 특유의 안도감 덕분일 것이다. 꼭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목적 없는 놀이가 때로는 가장 큰 자양분이 되니까.


INFORMATION

02-3142-1429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49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