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딴짓도, 작업실도 공유한다면 <작업실 노마드>

에디터 진성훈
2018-11-22

연남동 | 피팅룸




창작하기에 좋은 카페의 조건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건 다음 2가지가 아닐까. 첫째, 평소에 접하지 못한 것들로 채워져 영감을 줄 것. 둘째, 나만의 작업실처럼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을 것. 하지만 이렇게 상반되는 조건을 동시에 갖춘 카페는 흔치 않다.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이른바 ‘작업실 노마드’를 위한 카페는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노트북을 들고 길을 헤매다 찾은 공간, 연남동 피팅룸을 소개한다



피팅룸은 카페이자 작업실이다. 101호는 조경디자이너가 식물로 실험을 하고, 102호는 모자 쇼룸으로 꾸며져 있으며, 103호는 음악 작업실, 104호가 카페다. 각 방은 서로 다른 ‘입주자’가 작업하는 독립 공간이지만 독특하게도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영감을 얻고 싶은 창작자에게 적합한 구성이다.


식물 실험실 초식(유승종 대표, 101호)


모자 쇼룸 제리골드나인(구옥금 디자이너, 102호)


음악 작업실(가수 고인돌, 103호)


단순히 둘러보고 끝나는 형태가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놓인 테이블과 의자에 자리를 잡고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다(카페 운영시간에는 작업실 입주자가 대개 자리를 비운다). 예를 들면 103호에서는 실제로 사용 중인 악보와 녹음 장비를, 102호에서는 인테리어용이 아닌, 자유롭게 디자인된 식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도 소음이 들리거나 북적거리면 오랫동안 집중해서 작업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피팅룸은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각 방마다 테이블이 1, 2개가 전부인데다, 연남동 내 주거단지에 자리하고 있어 주변이 조용하다. “사람이 많이 찾아와도 북적거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는 게 카페를 운영하는 핏플레이스 류혜성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그는 개인작업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이 최근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에이티브 직군에 종사하는 지인, 혹은 연남동에서 활동하는 작가와의 협업도 이루어진다. 엄민식 디자이너의 지인 중 음악을 하는 친구는 피팅룸에 왔다가 지하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아루 대표를 만나 음악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102호에 입주한 구옥금 디자이너(제이드골드나인)의 지인이 만든 퍼퓸 브랜드 이로카는 피팅룸에서 팝업 스토어 형태로 판매를 진행한 뒤 입점까지 이뤄진 사례다. 작업이 잘 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느슨한 연결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공간으로써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피팅룸은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다. 특히 가장 변화가 많은 모자 쇼룸은 시즌별 아이템이 추가되는 것은 물론, 최근엔 갓처럼 투명한 소재를 볼캡에 접목한 ‘갓 에디션’을 제작, 전시하기도 했다. 유행하는 콘셉트로 꾸민 공간이 아니다. 실제 작업 과정과 결과물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공유된다는 점이 피팅룸이 공간으로서 매력을 가지는 포인트다.


창작자에게 피팅룸은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 공간이 될 수도,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업실을 관찰하거나, 의도치 않았던 네트워킹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좋다. 말 그대로 핏을 맞춰보는 공간이니까. 어떤 종류의 작업이든, 어떤 스타일의 창작이든.



INFORMATION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5길 16-3 1층
www.instagram.com/fitting_rm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