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9년을 여과한 편안함 <오후카페>

에디터 진성훈
2019-04-17

서촌 | 로컬 프라이드




복잡한 메뉴와 화려한 콘셉트를 덜어내고 편안함만 남긴 카페. 한순간 반짝하는 유행은 ‘오후카페’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군데군데 놓은 소품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까.


오후카페에서 시간은 째깍거리며 달린다기보다 느긋하게 흐른다. 유리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잔잔하고 느린 연주곡이 먼저 손님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실내를 둘러보면 테이블 간격도 여유롭다. 어떤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도 옆 테이블과 1m 이상 떨어져 있다. 다른 손님의 대화 소리도, 나의 부스럭거림도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거리다.


그래서인지 오후카페는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손님이 주로 찾는다. 혹은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거나. 단골 중에는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찾아와 혼자 조용히 공부하는 고등학생이 있을 정도다. 서촌 중에서도 대로변이 아닌, 북적임이 덜한 누하동에 자리 잡은 공간답게 자극적이지 않다.



편안함은 오후카페가 9년째 한자리를 지켜 온 비결일 것이다. 세월의 손때가 묻어 해진 분홍빛 가죽의자, 손님의 짧은 손편지에 묻은 커피 얼룩 모두 이곳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흔적이다. 트레이드마크인 가랜드(Garland, 종잇조각이나 천 등을 이어붙여 천장에 거는 장식)에도 독특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오후카페 이충형 대표의 딸이 생일잔치에 사용했던 장식을 떼지 않고 그대로 붙여둔 것. 파스텔 톤의 원형 장식을 오밀조밀 붙인 솜씨가 정감 있다.


“위안이 되어주는 곳이 세상 어딘가에 꼿꼿이 버티고 있다는 건 참으로 럭키하죠.” 카페에 걸린 어느 손님의 메모처럼,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공간이 있다. 이렇듯 오래 가길 바라는 마음을 지지대 삼아, 오후카페는 수많은 트렌드들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해나간다. 시간을 관통하며 켜켜이 쌓은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

INFORMATION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33
청귤차(5.8), 녹차라떼(5.5)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