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자신에게 정직한 티라미수 <옥인23>

에디터 진성훈
2019-04-04

서촌 | 로컬 프라이드




설탕을 줄이고 마스카포네 치즈를 듬뿍 넣은 티라미수는 카페 옥인23의 대표 메뉴다. 공간을 운영하는 조영화 대표가 자신의 입맛을 양보하지 않고 재료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 그는 누군가 ‘그렇게 열심히 해도 아무도 모른다’며 만류해도 ‘내가 안다’고 말할 것 같다. 음식을 만들 때도, 공간을 꾸밀 때도. 그런 공간이라면 믿을 수 있다.



옥인23에 들어서면 두 가지 색이 눈에 띈다. 문을 열면 흰 벽과 초록색 타일이 손님을 맞고, 한켠에는 초록빛 식물과 흰색 화분들이 이곳의 색깔을 보여준다. 마치 흰 도화지 위에 풀잎을 그린 듯 깔끔하고 청량하다. 자세히 보면 나무바나나, 난초, 용설란 등 키와 잎 모양이 각기 다른 식물을 모은 덕에 눈이 지루하지 않다. 아이 주먹만한 행잉플랜트(Hanging Plant)와 바 테이블 위에 일렬로 배치한 선인장 다육식물도 앙증맞다. 이렇게 공간을 식물로만 채우면 자칫 답답할 수 있지만, 옥인23은 천장 높이가 3m를 넘는 덕에 시원시원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조그만 반전 하나. 이렇게 화사한 분위기의 옥인23이 저녁에는 펍으로 운영된다. 단순히 생색만 낸 것이 아니다. 한라산, 블루문 등 14종의 주류를 갖추고 안주류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특히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를 변형한 볶음떡볶이와 재주문이 가장 많은 골뱅이무침이 인기 메뉴다.


물론 카페 메뉴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한번은 50대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이틀 간격으로 찾아와 티라미수만 주문해서 그릇을 싹싹 비우고는 일본식 같다는 평을 남겼다. 단 맛보다 진한 치즈맛에 반한 것. 옥인23을 운영하는 조영화 대표는 티라미수를 만들며 설탕과 생크림을 줄이고 마스카포네 치즈 함량을 높였다. 그로부터 다시 이틀 뒤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와 모자가 나란히 앉아 티라미수를 먹고 갔다고. 모두를 조금씩 만족시키는 최대공약수적 레시피가 아닌 조영화 대표의 입맛에서 나온 레시피가 충성고객을 만든 셈이다.


“판매하는 음식이 아니라, 제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만들어요. 제 입에 맛있어야 하죠.”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건 적어도 스스로에게 정직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조 대표가 ‘어디든 화장실이 깨끗하고 예뻐야 다시 찾고 싶어진다’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키는 것처럼. 어차피 숨을 곳도 없다. 자신이 나고 자란 옥인동에서 시작했으니.

아이프레임

INFORMATION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57

티라미수(7.5), 몬테크리스토 베이글 샌드위치(8.5), 볶음 떡볶이(9.9)

instagram.com/ogin23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
사진제공 옥인23
영상촬영 서은진 PD, 고석희 PD
eunjin.s@gongshall.com
seokhee@gongshall.com
영상편집 서은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