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골목길에서 핀란드까지 <나의 로컬 프라이드>

에디터 진성훈
2019-02-15

카페 옥인, 풍류관, 핀란드 프로젝트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엔 주인의 손때와 취향이 묻어난다. 좀 더 나아가 동네의 분위기를 담은 카페엔 로컬 주민의 감각이 배어난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의 모음을 넘어, 공간 안에 동네를 담고 문화적 맥락을 담은 서촌의 공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카페 옥인


카페 옥인은 취향이 각기 다른 친구 4명이 모여 시작한 가게다. 카페 이름을 동네 이름에서 따온 건, 취향은 달라도 옥인동을 향한 애정만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진한 갈색의 월넛(Walnut)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차분한 분위기를 잡고, 전통 한지에 패턴을 프린팅해 제작한 우븐(Woven) 램프는 서촌 특유의 전통다움과 잘 어우러진다.



동네의 분위기와 개인의 취향을 결합한 공간은 소품 하나, 책 한 권도 허투루 놓여 있지 않다. 여행의 영감을 위한 잡지 , 깊이 있는 내용을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유유출판사의 <쓰기의 말들> 등 주인이 직접 읽은 책에 밑줄까지 그어놓은 손길이 느껴진다.

다른 공간에서 보기 힘든 반달모양 거울이나, 와인잔 안에 놓인 캔들까지 그 감도 높은 디테일을 보고 있으면 이건 누구의 취향일까 궁금해진다. 예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가 옥인동의 정체성이라면, 개인적이면서도 동네다운 분위기는 카페 옥인만의 차별점이다.


INFORMATION

서울 종로구 옥인길 26

말차라떼(6,000원), 소넨호펜(8,500원) 외



 

풍류관


풍류관은 최근 주목받는 ‘OO관’ 계열의 노포와는 결을 달리 한다. 풍류관은 작년 말, 인근 유명 카페인 스펙터에서 말에 문을 열어, 풍류(風流)라는 이름답게 ‘멋스럽고 풍치 있는 놀이’를 지향하고 나섰다. 그래서인지 카페 내부에는 먹으로 그린 동양화가 곳곳에 놓여 있다.



인테리어 역시 가운데가 뚫려 있어 시야가 답답하지 않고, 서양식 의자가 아닌 평상에 걸터앉아 쉴 수 있도록 한 설계가 돋보인다. 실제로 가정집을 개조해 마치 지인의 집에 초대받은 듯 느긋하게 쉬었다 갈 수 있어, 책을 읽는 손님이나 주인과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손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직은 간판도, 메뉴판도 없는 임시개업 기간인 만큼 새로운 시도를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일반 샌드위치에 소금집(델리 미트 전문 브랜드)의 햄을 넣는다거나, 카페 애호가들에게 인기인 앙버터 모나카의 재료로 흑임자를 사용하는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최근의 트렌드와 결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관(館)’은 대형상점에 이름을 붙이는 전통적인 방식인데, 어쩌면 풍류관이 이 동네의 랜드마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INFORMATION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5나길 20-12

브루잉커피(6,000원), 앙버터 모나카(3,500원) 외

www.instagram.com/poongryu.hall




핀란드 프로젝트


핀란드 프로젝트는 서촌의 끝자락에 위치해 낮에는 카페 겸 펍으로, 밤 9시 이후에는 전시장 겸 펍으로 운영된다. 친구 3명이 모여 ‘우리가 좋아하는 동네를 핀란드처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고 뜻을 함께한 공간답게 이곳에서는 기성 카페와는 다른 다양한 시도가 이어진다.



예술이 있는 공간으로서 민경희 작가의 전시 ‘모든 것이 예술이 된다’를 시작으로 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아메리카노를 3,000원에 제공한다거나 와플 등의 디저트 메뉴를 수제로 제작하는 것 역시 일종의 건강한 식문화를 만드는 일로 보인다.

물론 이름 그대로 핀란드 문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무민(MOOMIN)’ 캐릭터가 그려진 커피 받침대를 사용하고, 핀란드 맥주 카르후를 판매하며, 공간 일부는 핀란드를 상징하는 흰색과 하늘색으로 꾸몄다. 이 덕에 세 친구는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핀란드의 날에 초대를 받았으며, 핀란드 출신 방송인 페트리 칼리올라가 카페를 방문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옥인동과 핀란드의 만남이 처음엔 낯설다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지향하는 가치를 하나의 공간에 녹여낸 세 청년이 앞으로 벌이게 될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INFORMATION

서울 종로구 옥인3길 23

아메리카노(3,000원), 카르후(8,500원) 외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