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서촌 동네 리부트 <나의 로컬 프라이드>

에디터 진성훈
2019-01-25

옥인동 | 역사문화 거리




“부모님이 LP가게를 운영하셔서 음악을 듣고 자랐어요.” 한 뮤지션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문화적 세례를 받고 자란 아이가 자연스레 관련 직업을 선택하듯, 동네에서 자란 아이 역시 그 특유의 정서와 정체성을 받아들인다. 이번에 찾은 옥인동 역시 동네가 드러나는 공간들로 북적였다


기름떡볶이로 이름난 통인시장을 지나 서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문화의 길이 펼쳐진다. 옥인동 길목에는 문필가 이상(李箱)을 기리는 ‘이상의 집'부터 '박노수 미술관', 오래된 기와집과 카페가 어우러져 서촌의 숨은 매력을 펼쳐보인다. 경복궁과 인왕산 인근이지만 또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하게 이어진다.



이러한 관심 덕에 옥인동은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2007년)되었음에도 기존의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깊은 관심과 기존 문화를 향한 애정 덕분에 서울시가 재개발 계획을 취소하고(2017년),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으로 옥인동의 방향성을 돌렸다.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이란 중심 시가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재활성화가 필요하고, 지역 중심 시가지로서 잠재력 있는 지역’을 말한다. 다시 말해 옥인동의 건축물과 상권에 깃든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상의 집' 내부 미디어 영상


예술공간과 카페가 한 건물에 들어선 모습


옥인동의 기와집은 단순히 옛 것의 보존을 넘어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옥인동은 조선 중후기에 ‘장동 김씨(신안동 김씨)' 등 사대부가 집과 별장을 짓고, 문학가들이 시단(詩壇)을 꾸려 활동했던 장소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거나 혹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문화의 발상지 역할을 겸했던 것이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이상의 집'


이러한 자산은 곧 옥인동만의 자부심이 되어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상의 집’ 외에도 ‘카페 옥인’과 같은 상업공간이 대표적인 예시다.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긍정하는 모습은 ‘옥인동오락실’과 같은 놀이문화 공간으로도 확장된다.

물론 전통적인 옛 느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를 고루 둘러보고 자란 젊은 세대는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 각국의 문화를 접목시켰다. 위스키와 와인, 위트를 판매하는 카페 ‘핀란드 프로젝트’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부부가 스페인 가정집 콘셉트로 꾸민 ‘카페 알베르게’ 등 옥인동의 감각은 작은 동네를 훌쩍 뛰어넘는다.

  

스페인 가정집 풍으로 꾸민 카페 알베르게 내부


어린시절부터 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란 사람, 동네를 믿는 사람이 모인 옥인동은 더 섬세하게 발견되어야 한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문화의 결이 드러나는 공간은 매력적이다. 거기에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더했으니, 시간을 내어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