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단골을 만드는 마이웨이 <21세기 공장장>

에디터 진성훈
2019-01-01

뉴트로 거리 | 상수와 합정 사이



21세기 공장장에겐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무기가 있다. 작은 공간을 운영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고르고 다듬어서 통일감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일정한 톤을 꾸준히 반복하면, ‘이 사람의 안목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다. 동시에 ‘다음엔 어떤 아이템을 제시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고, 그렇게 단골이 된다. 무엇을 가져다 놓아도 자신의 방식으로 완성하는 공간을 찾았다

*창작자를 기르는 공간에서 이어집니다. 


마그마


아는 사람만 아는 공간일수록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페 마그마는 지도 어플을 켜고 찾아가도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좁은 주택가 골목 끝에 자리해 있다.

지하의 두꺼운 철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첫인상부터 빨려들어가는 듯한 공간감을 느끼게 된다. 진짜 마그마가 지나가기라도 한 듯 주방과 홀 사이의 콘크리트 벽이 뚫린 것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묵직한 직선의 오디오 기기와 앰프를 돌 위에 무심히 올려둔 배치 역시 지하동굴에 온 듯한 이곳의 콘셉트를 드러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그마를 인상 깊게 만드는 요소는 커피다. 긴 테이블 위에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를 비롯한 각종 원두가 올려져 있고, 슬쩍 보이는 주방에는 좋은 원두를 골라 바구니에 솎아내는 대표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골라낸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밀리타(Melita)로 내리는 촘촘한 정성은,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주인이 공간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드러내면, 손님 역시 자연스레 음미하게 된다. 마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조용하다. 차분함을 원하는 사람에겐 이곳까지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이곳을 찾을만한 이유가 된다.



찾아가긴 힘들지만, 커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손님과 공유하는 투명성. 일종의 시대정신이다. 독특한 입지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INFORMATION

서울 마포구 독막로12안길 25-16

메뉴 카페라떼(4,000원), 진저티(5,000원) 외




상수동까페


모두가 온라인 리뷰를 찾아보는 시대에, 검색하기 쉬운 공간을 만들려면 우선 다른 곳과 구분되는 이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수동까페는 전혀 그런 것에 관심없다는 듯 흔한 이름을 지었다. 간판마저 투박하다. 인스타그램 감성이나 힙스터들의 성지를 한참 비껴갔다.
하지만 5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는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사람과, 늘 같은 것을 주문하는 듯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단골이 있다. 함께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듯 이곳의 소품들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다.



토끼, 고양이, 오리 등 손가락 2마디 만한 크기의 각종 인형과 일본의 가정집을 재현한 미니어처 세트, 일러스트 스티커까지. 일시적인 콘셉트나 과시용으로 구매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자잘하고 가짓수도 다양하다. 귀여움. 이 공간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과 노란 벽지, 코타츠는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라도 귀여운 마음이 들게 한다. 옆 테이블에 앉은 아마추어 래퍼들마저 말이다. 자주 찾게 되는 곳은 빈틈없이 완벽하거나 트렌디한 공간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공간이다.
이렇게 색깔만 분명하면 투박함은 편안함이 된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단골의 마음은 카페가 아닌 ‘까페’로 향한다.


INFORMAIOTN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17

매일 12:00 - 24:00

메뉴 핸드드립 커피(5,000원), 유자차(4,000원) 외




THR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하면 두 가지 생각이 충돌한다. ‘이렇게 좋은 공간은 더 알려져서 충분히 수익을 내야지. 없어지면 안 돼’, ‘하지만 너무 유명해지면 방문하기 어려우니까 적당히 유명해졌으면 좋겠어’하는 식. 복합문화공간인 THR 역시 지금까지는 30대 직장인 단골이 주로 방문하는 숨은 공간이었다.
흰색 페인트를 칠한 모던한 공간에, 각기 다른 콘셉트로 분리되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프라인 공간은 큰 변화를 주기 힘들지만, 화가의 작업실이나 뮤지션의 합주실처럼 꾸민 ‘방’들은 찾아갈 때마다 다른 공간을 찾은 듯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 주기적으로 바뀌는 그림 전시와 공예품은 주인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거울이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다. 갤러리로 활용되는 공간에는 사진전이, 중앙 공간에는 옹기와 백자를 포함한 각종 머그와 캔들, 다기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공간에서 구조가 일종의 만듦새라면, 일정한 톤으로 꾸준히 업데이트 되는 인테리어는 호기심을 불어넣고 재방문을 유도한다. “최고의 전문가, 그중에서도 선한 사람과 작업한다”는 대표의 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마치 파타고니아나 BTS처럼, 선한 영향력이라는 21세기적 쿨함도 갖추고 있다.

좋은 공간은 부지런히 방문해야 한다. 변화는 대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니까. 올 2월 THR에서 론칭할 천연염색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역시 주목할만한 변화 중 하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지속가능성은 일정 부분 단골의 지지에 달려 있다.


INFORMATION

02-332-2578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안길 8

메뉴 아메리카노(4,500원), 메리골드(6,000원), 랍상소총(6,500원) 외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