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오드리 햅번을 사랑해서 행복한 남자

에디터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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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1953 with Audrey' 대표 임정도



누군가 한번쯤은 유명인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선망을 넘어 열광적으로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덕후'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오드리햅번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덕질'하며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는 남자, 'cafe 1953 with Audrey'의 임정도 대표를 만나보았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덕후'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에 가까웠다.  '덕질'을 하느라고 현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덕질'은 긍정적인 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른바 '오드리 덕후' 라고 불리우는 임정도 대표가 바로 그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가 오드리햅번을 처음 본 것은 중학교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온 그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방황을 했었다고 한다. 그때 그에게 위로가 되었던건 오드리 햅번의 화사한 미소. 그 미소에 반한 임정도 대표는 이 여자를 평생 사랑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오드리햅번의 대표작인 <로마의 휴일>의 일본판 비디오 포스터


학창시절 오드리햅번의 '덕질'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어야 하는데, 외국배우의 사진이나 기사들을 접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와 같았다고. 지금과는 달리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구하고 이를 출력하고 복사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직접 오드리 햅번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대한 똑같이 그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연스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졌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좀더 생생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소를 배우고 직접 오드리햅번의 피규어를 제작하게 되었다. 완성된 피규어를 보며 혼자 만족하기에는 조금 아쉬워서 블로그를 개설하고 그의 작업을 오드리햅번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였다. 그 블로그를 보고 누군가가 방송국에 제보하였고, 그렇게 그는 '세상의 이런일이'라는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른바 '덕밍아웃 (자신이 덕후인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남한테 드러나는 것을 의미)'을 하게 된다.

이 방송을 계기로 임정도 대표의 인생은 달라지게 된다. 방송이 나오고 주변에서는 그가 오드리 햅번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줄은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오드리햅번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오드리햅번의 아들이 내한했을 때 직접 만나기도 하였고, 인연이 닿아 그들과 함께 홍보 마케팅을 하는 기회도 얻었다. 일을 하면서도 피규어 제작은 놓지 않았고 꾸준히 작업하여 현재까지 제작된 갯수는 101개에 달한다. 곳곳에서 피규어를 사고 싶다는 수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그는 여태까지 단 한점도 팔지 않았다고 한다. 그 중에 딱 2점 오드리 햅번의 아들을 직접 만났을 때 선물한 적은 있었다고. 그러면서 언젠간 이 피규어들을 전시하며 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추억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그는 뮤지엄 카페를 운영하고자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전시되어 있는 임정도 대표의 작품

그렇게 마음을 먹고 2년간 바리스타로 근무하면서 커피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자격증과 기술을 습득했고, 베이커리는 약 1년간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래된 공간에서 오드리 햅번을 추억해 보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으로 적합한 장소를 찾아 헤맸고 드디어 영등포 문래동에 커다란 폐공장에 터를 잡게 된다. 그렇게 오픈하게 된 곳이 바로 'cafe 1953 with Audrey'이다. 여기서 1953는 오드리햅번을 세계적인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인 '로마의 휴일'이 개봉한 해에서 따왔다. 이 곳에 그의 피규어 중에 51점이 전시되어있고, 그 피규어들은 오드리햅번의 탄생에서 생의 마지막까지 순서대로 전시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2017년도에 경매에서 낙찰받은 오드리 햅번이 실제로 입었던 의상과 다양한 소품들까지 전시가 되어있어서 여느 박물관 못지않은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오드리햅번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임정도 대표가 직접 제작한 피규어와 오드리햅번과 관련된 다양한 소품이 전시되어 있다


   

'cafe 1953 with Audrey'가 위치한 곳은 앞쪽에는 공장지대가 펼쳐져 있고 뒷편에는 아파트단지가 있다. 브런치 카페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쉽게 드는 공간은 아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문을 하나 열면 1953년작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 햅번이 화사한 미소로 반겨주고 향긋한 커피향이 풍기는 색다른 공간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임정도 대표가 제작한 피규어


덕후에 관한 다양한 신조어 중에, '어덕행덕 (어차피 행복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덕업일치 (덕질과 생업이 일치)' 라는 두 단어의 생생한 성공사례인 임정도 대표. 'cafe 1953 with Audrey'를 오픈한지 이제 막 3개월차에 접어든다는 그의 얘기를 들으며 그의 삶에서 오드리 햅번이 가지는 의미가 어느정도인지 사실 쉽게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행복하게 덕질을 하는 임정도 대표의 성공적인 '덕업일치'를 기대해본다. 



INFORMATION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77가길 12 1층
www.instagram.com/cafe1953dowo/



에디터, 사진 김은지
eunji.kim@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