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찻잔에 담은 세련미 <온고지신>

에디터 진성훈
2019-10-02

봉천동


어느 동네를 가나 카페가 있지만, 차 전문점은 드물다. 찻집이나 다도(茶道)라고 하면 그저 오래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차 전문점 ‘온고지신’의 김봉석(30) 대표는 차 마시는 환경을 그 어느 곳보다 예쁘고 세련되게 가꾼다. 주문 제작한 찻잔과 호텔 못지않은 플레이팅은 이미 김 대표 또래의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다.

 
온고지신은 다양한 메뉴를 전시하기보다 직접 블렌딩한 차를 시그니처 메뉴로 선보인다. 가게 이름을 딴 ‘온고 블렌디드’가 제주를 포함한 국내 녹차를 섞어 잔여감이 적고 깔끔한 맛을 내는 반면, ‘지신 블렌디드’는 젊은 입맛을 겨냥한 말린 애플, 로즈힙, 시나몬 등의 원료를 섞은 허브티다. 특히 지신 블렌디드는 특유의 새큼한 향이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강렬한 경험을,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디저트 메뉴인 ‘온고 아이스’는 인절미를 살짝 얼려 사르르 녹으면서 약간의 쫄깃함을 남긴 균형감이 돋보인다. 곁들여진 흑임자칩은 차의 맛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달고, 고구마무스와 베리류 플레이팅은 눈을 즐겁게 한다. 메뉴 하나하나가 무겁지 않고 산뜻하며, 동시에 커피용 디저트를 제공하는 카페에서는 비슷한 맛조차 찾을 수 없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전통 다실 콘셉트지만 현대적인 감성도 잊지 않았다. 길게 늘어선 의자에는 짚으로 엮은 매트를 깔고, 부엌 공간은 한옥에서 볼 수 있는 격자 문 장식과 창호지로 꾸몄다. 벽 한켠에는 주문제작한 찻잔과 숙우(우려낸 차를 걸러 보관하는 작은 주전자)를 진열해 차 전문점임을 드러냈다. 한편 벽은 회색 벽돌과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했다. 개방형 카운터에 놓인 금속 커피머신도 이곳이 전통만 고집하는 장소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동그랗게 만든 창은 SNS용 포토스팟으로도 유명하다.


온고지신.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는 사자성어처럼 김봉석 대표는 옛것인 차를 익혀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중이다. “차 문화는 소중한 사람에게 대접하는 문화에요. 향기와 풍미를 오래 머금고 있는 흙 찻잔 속 차를 마시면서 보내는 시간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온고지신은 차를 마시듯 말간 표정으로 손님을 반긴다.

INFORMATION
instagram.com/ongozisin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14길 101 2층
지신 블렌디드(5.0), 온고 아이스(5.0)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