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철의 시간, 재생의 공간 <올드문래>

에디터 진성훈
2019-09-20

문래동



널찍한 창고형 펍 ‘올드문래’에는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들이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마치 2차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이 톱니바퀴 뒤에서는 은은한 조명이 새어나오는데, 저녁이 되면 이를 풍경 삼아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자리가 꽉 찬다. 기계장치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움직이는 현장에 감성을 더한 인테리어. 올드문래가 손님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올드문래는 오래된 철공소를 재생한 펍이다. 15년 차 목수이자 재생 건축가인 최문정 대표가 버려진 고가구와 건축 현장에서 남은 목재, 못 쓰는 기계 부품 등을 활용해 올드문래를 만든 것이다. 재생 전문 건축가가 만든 공간답게, 구석구석 디테일이 남다르다. 판금 뚫는 프레스와 기계 안의 기름통, 천장에 달린 레일 등을 전기만 흐르면 당장이라도 작동할 것처럼 배치해 철공소 내부를 재현했다.


실내를 둘러보면 철을 적극적으로 인테리어에 사용한 점이 돋보인다. 벗겨진 페인트 자국과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여타 공장 개조형 카페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어둡고 진한 색의 철과 나무를 혼합해 카페는 예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최문정 대표는 ‘재생’에 힘을 준다. “보통 친환경 소재라고 하면 나무나 돌을 떠올려요. 하지만 철 역시 자연에서 온 광물이고 재생이 가능하죠. 철은 나무가 가진 한계를 완벽하게 보완해줘요”


동네와 지역에 관한 관심 역시 소품 하나하나에 묻어난다. 우선 벽에는 공업 지구로서의 문래동이 면면이 드러나는 사진을 걸었다. 철공용 마스크를 쓰고 쇠를 깎는 모습이나 오래된 폐건물을 옥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등등. 테이블 옆에는 기다란 바를 마련해 서울의 동네와 문화를 소개하는 월간지 <서울사랑>, 환경조형연구소 김인수 소장이 상봉동, 북아현동 등 서울의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사진집 <서울풍경>과 같이 특정 지역과 동네를 탐구하는 책도 함께 비치했다.


이러한 디테일을 모르더라도 올드문래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펍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제 생맥주와 보틀을 구비하고 있는 데다가 규모도 널찍해 탁 트인 공간에서 술을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대표 맥주로는 문경 사과의 달콤함과 상큼함을 즐길 수 있는 애플사이더 ‘사과한잔’, 다크 초콜릿과 진한 커피 향을 섞은 러시안 스타우트 ‘올드 라스푸틴’과 더불어 보리맥아의 바디감과 은은한 바나나향 ‘아인지들러 바이스비어’ 등으로, 이곳이 아니면 찾기 힘든 라인업이다. 문래동의 여러 상업 공간 인테리어를 맡았던 최 대표는 문래동의 저녁 풍경을 철과 술로 채웠다.


“멀쩡한 건물을 부수기보다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게 환경에 더 이롭잖아요”라고 담담하게 전하는 그는 누구보다 우직하게 지역과 공간의 재생을 구현하고 있다.

INFORMATION
02-6326-4336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33-6
사과한잔(7.5), 올드 라스푸틴(13.0), 아인지들러 바이스비어(9.0)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