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백두산에서 명상 한 모금 <백두강산>

에디터 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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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생굴 같은 카페. ‘백두강산’을 다녀간 한 손님의 후기다. “울퉁불퉁 입체적인 벽 안에서 나른하게 퍼져 연한 살점이 되어버리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백두강산의 벽면은 칠을 벗겨내 거칠지만, 의자는 두툼한 쿠션감을 자랑한다. 편히 머물다 가라는 넉넉한 마음이다. 기본이라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잘 지켜지지 않는 미덕을 가졌다.

 


백두강산은 독특하게도 백두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문을 열면 두꺼운 검정 펜으로 휘갈긴 ‘白頭江山’ 현판이 손님을 맞는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벽에는 가로로 긴 백록담 사진이 걸려 있다. 백두산의 기개를 담은 듯 공간마저 넓다. 을지로의 카페는 흔히 작고, 여러 소품으로 뺴곡히 채워져 있다는 인식을 깬다.


인테리어도 남다르다. 조각가로 활동한 백두강산 강경미 대표는 그라인더를 써서 직접 벽칠을 벗겨냈다. 그리고는 소파처럼 푹신한 와인색 의자와 전기난로,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높이의 테이블로 실내를 채우고 이외에는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운데 자리는 비웠다. 탁 트인 공간이 생경하다. “오래된 다방의 안락한 분위기를 재현하고 싶었어요”라는 강 대표의 말처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기에 적격이다. 알록달록 총천연색 꽃무늬가 달린 커튼도 정겹다.


왠지 쌍화탕을 마셔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백두강산의 모든 커피 메뉴는 핸드 드립으로 제공된다. ‘백두강산 시그니처’는 고소한 만델링 원두를 로스팅한 블랙 커피에, 설탕을 넣고 우유 크림을 얹어 완성된다. 한편 명상이나 사찰의 제사에 주로 쓰이는 ‘나그참파’ 향이 카페 전체에 퍼져 있어 달콤한 시그니처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맡으면 이국적인 정취가 더해진다. 커피의 각성효과마저 잊게 할 호젓함이다. 이것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입구에서부터 느껴진 넓은 공간과 천천히 만들어지는 커피, 오래 사용한 소품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백두강산은 넓고 느리고 아득하다.

INFORMATION

서울 중구 수표로 22-6 제복빌딩 3층
월, 수~토 13:00~21:00, 일 13:00~20:00, 화요일 휴무
백두강산 시그니처(7.0), 블랙커피(6.5)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