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커피와 시간을 섞어 만든 칵테일 <루트442>

에디터 진성훈
2019-09-06

문래동


밥 먹고 그냥 헤어지긴 아쉽고, 술을 마실지 커피를 마실지 고민될 때 마땅한 공간은 흔치 않다. 그럴 때 카페 겸 바(Bar)로 운영되는 ‘루트442’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돼줄 것이다. 마치 포근한 다락방처럼 노란 백열전구와 빈티지한 소품들이 저녁의 분위기를 한껏 더할 테니까.


루트442는 카페 겸 바(Bar)로 운영되는 이유는 문래동 특유의 저녁 풍경과 관련이 깊다. 노을이 질 무렵 문래동 골목을 찾아가면 예술가의 대화로 채워진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영국에서는 펍이, 프랑스에서는 카페가 지적 사교의 장이었듯, 문래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는 것이다. 맥주 한 잔을 손에 들고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과, 차분한 바에 앉아 칵테일로 목을 축이는 사람들.


그래서 루트442의 고풍스러운 가죽 메뉴판을 넘기면 모히토, 잭콕, 드라이 마티니 등 풍성한 칵테일 메뉴가 눈길을 끈다. 더불어 체리 향이 나는 칠레산 쇼비뇽 와인, 미국의 에일 맥주 블루문과 같은 풍요로운 주류 목록은 보기만 해도 취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술과 커피를 섞은 메뉴도 있다. 그중 베일리스 커피는 초콜릿 맛이 나는 아일랜드산 리큐르(향주,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에 과일이나 꽃 등을 넣어 향을 더한 술) 베일리스를 주재료로 삼는다. 여기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온더락용 얼음을 넣는 과정에서 알코올 특유의 향이 중화되고 단맛이 올라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베일리스 커피를 들고 테라스로 나와 나무의자에 툭 하고 걸터앉아 등을 기대고 마냥 시간을 흘려보내도 좋다.


실내는 유행에 따르기보다 오래된 익숙함을 선택했다. 낮은 테이블과 좁은 의자 대신, 가슴보다 조금 낮은 높이의 테이블과 등받이, 팔걸이가 있는 의자. 공장을 업사이클링하며 남겨둔 칠이 벗겨진 벽. 일부러 끝을 부순 듯한 성조기 장식. 이곳엔 살짝만 건드려도 흠집이 날까 조심스러운 새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끝이 둥글어진 세월의 흔적에서 묻어나는 편안함이 있다. “언제까지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라는 게 루트442 최성규 대표의 바람이다. 편안함이야말로 영등포구 도림로 442, 그러니까 루트442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기대하는 것일 테다.

INFORMATION
02-2631-9441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442
베일리스커피(7.0), 드라이마티니(8.0), 말렌카 케이크(6.0)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