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사지 마세요, 손으로 만드세요

에디터 진성훈
2019-09-04

문래동 체험형 수제 공방


문래동 철공소 골목 어귀에서는 60년 전부터 ‘지이이잉’하고 날카롭게 쇠 깎는 소리가 난다. 이에 질세라 작년에 들어선 맞은편 공방에서는 대패로 ‘새액새액’하고 가죽을 가공하는 무두질 소리가 난다. 거친 재료를 수족처럼 다루는 기술자가 모인 동네는 소리마저 각양각색이다. 이런 전문가에게 배우면, 작은 소품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입고 쓰는 물건을 내 손으로 제작하는 체험형 공방 세 곳을 찾았다.

 

1. 가죽공방 트리비아



트리비아는 철공소를 개조해 만든 가죽공방이다. 주중에는 쇼룸 겸 카페로 운영되고, 주말에는 여권 케이스와 반지갑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클래스가 열리는 것이 특징. 업사이클 가죽가방을 제작해 주목받은 팀답게, 트리비아는 문래동의 DNA를 살려 공간을 꾸몄다. 천장에 달린 호이스트(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기계장치)와 벽면의 계기판을 그대로 유지해 특유의 거친 질감을 살렸다. 이들의 개성은 가죽뿐만 아니라 나무와 캔버스, 금속에 걸쳐 여러 소재를 탐구하는 데 있다. 트리비아(Treevia)라는 이름에도 ‘여담, 사소함’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Trivia를 비틀어 나무(Tree)로 종이와 가구를 만들 듯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튼튼한 소품이 하나 필요하다면, 철공단지만의 분위기를 즐기며 가죽 공예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INFORMATION
영등포구 경인로 763
02-2633-9204 / 일요일 휴무
treevia.co.kr



2. 안경공방 쥬라



안경은 액세서리 중 유일하게 얼굴을 가로질러 개인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오죽하면 ‘안경 박제하고 싶은 연예인 리스트’까지 있을까. 안경은 단순히 초췌한 날 쓰는 얼굴 가리개가 아니라, 특정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연출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사람마다 이목구비가 달라 어울리는 안경도 다르기 마련인데, 안경공방 ‘쥬라’에서는 나에게 맞춤한 안경을 직접 만들 수 있다. 프레임의 소재와 형태, 색깔은 물론이고, 코 받침대의 각도, 안경다리의 길이, 다리 안쪽에 새기는 각인 등 각 공정마다 취향껏 선택하며 진행할 수 있다. 7명의 전문가가 각 공정을 자체 개발해,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를 전혀 쓰지 않고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6년 전부터 문래동에서 작업해 온 각 파트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고, 제작 중에 적절한 도움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각종 부품과 도구까지 공방에 갖춰져 있으니, 준비물로 편한 옷과 만들고 싶은 안경 사진만 있으면 나만의 안경을 만들 수 있다.

INFORMATION
영등포구 도림로 421, 2층
010-9210-8892
instagram.com/atelierjura



3. 펠트공방 펠터블



펠터블은 양털(펠트)로 만든 인형, 모자, 러그 등 각종 소품으로 가득하다. 마치 소재 하나로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하다. 특히 이은영 작가가 다루는 물펠트는 비눗물을 이용해 펠트를 압축해 각종 아이템을 만드는 방식이다. 갈고리 모양의 바늘로 작고 오밀조밀한 형태를 잡아가는 니들펠트와 달리 카펫이나 전등갓 같은 리빙 소품도 만들 수 있다. 바느질을 전혀 하지 않고 양모의 마찰력을 이용해 뭉쳐내기 때문에 반드시 노하우가 필요하다. 펠터블은 공예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클래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물레와 스피닝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스핀들(Spindle)을 돌려가며 양모를 실로 만드는 스피닝은 원하는 색을 섞어 나만의 실을 만드는 작업이라 손뜨개에 활용하기 좋다.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에 펠트로 만든 슬리퍼 하나쯤 만들어보면 어떨까.

INFORMATION
영등포구 도림로 425, 2층
화~토요일 오후 12시~6시 (일·월요일 휴무)
instagram.com/feltable_mullae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