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우리는 문화를 팝니다 <공셸, 동네를 품다>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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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 복합문화공간



복합문화공간. 아직 국어사전에는 없는 신조어다. 어렴풋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를 제공하는 공간이랄까? 사실 물었을 때 명확하게 뜻을 규정하기 어렵다. 개념 정립도 현재 진행 중인 용어다. 다만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선유도의 복합문화공간들을 보니, 핫플레이스로 변하고 있는 선유도의 문화를 이들이 이끌어 가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선유도의 복합문화공간 4곳을 찾았다.


* 지난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예술을 사랑한다면 모두 환영
복합문화공간-어반플루토

선유도 공원 가는 길,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어반플루토. 우주선만 주차 가능이란 문구에서 이곳이 독특한 콘셉트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도시의 문화 소행성이라는 의미로, 현재는 작게 빛나지만 언젠가 찬란할, 예술적 잠재력 가득한 이들이 대중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주선만 주차가능. 문구가 재밌는 어반플루토 입구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니 먼저 전시 중인 여러 작품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이어 길게 자리 잡은 테이블이 보인다.

11시 30분~19시가 운영 시간이다


이곳은 현재 운영을 맡은 이동건 대표를 비롯한 전시 및 작업을 통해 예술을 풀고 싶었던 8명의 멤버들이 만들어낸 독자적 문화 소통의 공간이었다. 8명 멤버들이 예술에 대한 아쉬움과 갈망을 풀기 위해 만든 공간은, 같은 고민을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힘이 되자는 취지로 발전했다. 숨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아트숍으로 거듭나고, 이후 작가들의 요청으로 전시를 시작하며,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그간 이뤄진 재밌는 전시들. 사진 제공: 어반플루토


현재 어반플루토는 여건상 전시 공간을 쉽게 찾기 힘든 작가들에게 초대전이나 적은 비용으로 갤러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그들의 전시를 기록하고 있다. 작가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에게도 전시 기회의 문을 열어뒀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결별한 헛헛함에 의미를 부여한 ‘무無와 함께’ 입대를 앞둔 사진전공 학생 3명의 전시, 아이돌 사진전, 보통의 갤러리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전시들이 이뤄진다.
 


지난 3일 ‘이상한데이: 앨리스가 되어 나의 감정과 기억으로의 여행’을 통해 관람객들은 어반플루토와 선유도 거리에서 작가들을 만나 체험형 전시를 즐겼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스마트폰을 통한 음성 도슨트는 관람을 도왔다. 이어 7일까지 열린 ‘관계 속 감정 3rd 투어전시’는 어반플루토 뿐만 아닌 선유도 지역 여러 공간에서 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전시회였다. 공공미술이란 카테고리로 예술과 지역을 엮어 예술가와 지역 상인 서로 각기 소통과 활기 불어 넣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예정이다.

어반플루토는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의지가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전시에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공간 대여에 있어 큰 요건은 없습니다. 우리는 예술 능력을 지닌 이들을 외계인이라고 부르는데, 외계인은 누구나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의지만 있다면요. 그런 분들이라면 어떤 전시나 기획도 환영합니다”라는 어반플루토. 그들의 의지가 끊임없이 밝게 빛나, 예술혼 불태우는 수많은 외계인의 등대가 되길 희망해본다.


INFORMATION

02-2633-1343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나길 3-2 2층

www.urbanpluto.com

www.instagram.com/urbanpluto

 

책은 물론 향기도 팝니다.

서점-프레센트 14


선유도역 주변, 편의점 이마트 24를 지나면 어디선가 향긋함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따라가다 보니 프레센트 14라고 쓰였다. 이어 향기 파는 책방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프레센트 14의 최승진 대표가 선물이란 영문 단어 PRESENT와 향기인 SCENT를 조합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충만함을 뜻한다는 숫자 14를 더해 만들었단다.


선유도역 이마트 24 옆에 자리한 프레센트 14

 
책 한 권, 디퓨저 하나의 선물에도 충만한 마음을 담아 전달하길 바라서 이름 지었다는 그는 재밌게도 줄곧 향기와 관련한 일을 해왔다. 향기 마케팅 회사에서 향수 제조와 마케팅 업무를 했고, 향수 전문지 에디터가 돼 글도 썼다. 그랬던 그가 서점을 선택한 이유. 궁금했다.

“제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향기와 책을 파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디퓨저 및 향기 관련 제품들

 
내부에는 대략 1000권 가량의 단행본과 30종의 독립출판물이 자리한다. 책장 곳곳마다 추천 주제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보통의 서점과 다른 점이 있다. 인문, 해외, 입시와 같은 딱딱한 카테고리가 아닌, ‘힘겨운 청춘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같은 책방 주인의 취향을 담아 주제를 선별했다.
 

프레센트 14 내부


책 관련 키워드만 보고 책을 고를 수도 있다. 블라인드 북 코너를 마련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단다. 고객 입장에서 흡사 어릴 적 뽑기를 하듯 책을 뽑는 두근거림이 백미다. 제목이나 표지만 보거나 베스트셀러만 구매하는 행태를 깨뜨려보고 싶었단다.
 

프레센트 14의 블라인드 북. 사진 제공: 프레센트 14


상영회나 전시회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어반플루토와 함께 ‘이상한데이: 앨리스가 되어 나의 감정과 기억으로의 여행’을 진행하기도 했고, 프레센트 14를 즐겨 찾는 이들과 영화 상영회도 자주 연다. 사람들과 함께 시를 읽는 시간도 주기적으로 가진다. 이 모든 일정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


INFORMATION

02-2679-1414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라길 1 104동 105호

www.prescent14.com

www.instagram.com/prescent.14


답답해서 우리가 차렸다.

작가가 운영하는 전시장-쇼앤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 작가가 이름난 갤러리, 아니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전시를 여는데 드는 돈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면 갤러리의 후원으로 기획전 등을 여는 작가도 상황은 마냥 좋지 않다. 후원받는 입장이라 큐레이터나 갤러리의 기획 의도를 무시하기 쉽겠는가. 즉 오롯이 본인이 원하는 작업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말이다.


쇼앤텔은 지상 쇼윈도 전시장과 지하 전시장으로 나뉜다. 현재 지하에는 손지훈 작가의 예술행위 이어가기 전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보다 못 견딘 현업 작가 두 명(손지훈, 남윤아)이 뭉쳐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선유로53길 10,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쇼앤텔이다. 작가가 직접 운영하니 분명 보통의 전시장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겠지.

지난 7일까지 열렸던 한칭&모나 듀오의 Site as Place 전시

 
전시장 이름처럼 작품을 통해 쇼(보여줄 것) 그리고 텔(말할 것) 두 가지와 작품의 이미지 한 컷만 있으면 지원서는 끝. 출신 대학, 수상 경력 등을 따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오로지 작품만을 보고 전시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쇼앤텔은 기획형이 아닌 순수 제공형 공간이란 것도 중요 포인트다. 쇼앤텔은 공간을 제공하되 작가의 전시에 있어 어떠한 요구도, 제약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쳇말로 전시 의도가 있다면 별짓 다해도 문제없단 이야기.


쇼앤텔 전시 지원서. 쇼&텔 그리고 포트폴리오 한장만 넣으면 끝이다

자료 제공: 쇼앤텔


기업, 재단 등의 공적 기금 지원을 받지 않는 전시라면 장소 대관 비용이 무료다. 카메라를 비롯, 각종 기자재를 사용하는 비용에 대한 전가도 없다. 즉 대다수 작가에게 무료로 개방한 셈이다. 쇼앤텔을 운영해온지 1년이 넘어가지만 이 부분은 철저하게 지킨다. 운영비를 마련하느라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두 작가. 덕분에 손 작가는 디스크도 생겼다. 남 작가도 건강이 나빠졌음을 느낀단다.

“건강을 담보로 잡아 대출해서 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러나 무료 운영은 끝까지 지킬 계획”이라 답하며 두 작가는 마냥 웃었다. 현재 선유도에 쇼앤텔은 길을 마주하고 두 개의 공간(쇼윈도, 지하)을 쓰고 있다. 그중 한 곳은 작가들의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수익도 얻을 예정이란다. 그 말에 조금은 안도가 됐다.

INFORMATION
010-3422-4562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53길 10
showandtell.kr
https://www.facebook.com/Artist-run-space-_show-and-tell-144396556175912

오는 14일까지 쇼앤텔 지하 전시장에선 손지훈 작가의 예술행위 이어가기 전시가 열린다.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전시회로 현재 쇼앤텔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오는 18일까지 쇼앤텔에서 진행할일본 작가 Yuki Yumoto 전시&퍼포먼스 포스터


쇼앤텔에서 만난 작가


최근 쇼앤텔에서는 서울문화재단의 최초 예술지원에 선정된 한칭&모나 듀오의 전시가 있었다. 듀오로 활동하는 그들 중 모나 작가를 만나 쇼앤텔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모나 작가. 한칭&모나의 작품들

 

Q. 전시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그간 한칭&모나 듀오가 진행한 작업 전반에 있어서의 부산물을 보여주는 전시다. 동아시아 '도시기록'의 두번째 기획연구로 영국 에딘버러와 대한민국 서울이 마주치는 기묘한 장소성을 기록했다. 축적한 부산물을 사진과 영상, 가변설치의 방법으로 전달한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로 서울문화재단의 최초 예술지원을 통해 진행했다.

 
Q. 쇼앤텔은 어떻게 알게 됐나?

손지훈 작가와 친분이 있어, 전시 공간을 운영함은 알고 있었다. 작년 가을서부터 긴밀하게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상 공간의 과거 흔적을 보여주는 두개의 문, ‘보여주고’, ‘말하다’와 같은 독특한 운영 철학과 이동 가능한 가벽에 흥미를 느꼈다. 스스로 전시를 직접 운영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싶었기에 선택했다.

Q. 쇼앤텔이 보통의 전시 장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라는 독특한 성격과 전시 공간 구조가 매력적이다. 그동안 진행한 전시들은 장소 특정적인 성격을 띤 미술관 공간을 작업의 일부로 바라봤지만, 쇼앤텔은 오히려 ‘화이트 큐브’ 형식의 공간을 보고 전시를 했다.


Q. 앞으로의 계획, 짧게 부탁한다.

4년간 영국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우리 듀오의 뿌리인 동아시아 도시들과 작업을 연결시키려 한다. 중장기 프로젝트로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해 올해는 대한민국 서울, 내년엔 일본 니가타의 야마시카 갤러리 레지던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영화를 잔에 따르고 와인을 본다.

와인바-공간 이순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공간 이순은 삼각대 매거진에서 활동하는 시인이자, 교육업에 종사하는 이카빈 대표가 만든 작업실이다. 허나 지금은 와인바라고 읽히는 공간이다.

 

공간 이순으로 들어가는 입구


그가 몇 년 전부터 지인과 자주 들렸던 동네가 선유도였다. 오래된 밥집 뒤편으로 멋드러진 카페들이 자리하고, 여러 전시장이 들어서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삶을 공유하기 좋은 동네가 될 것 같았단다. 그가 선유도에 자리잡은 이유가 이것이다. 원래 계획했던 을지로 일대는 최근 너무 많은 이에게 알려져 조용한 공간을 바랐던 그에게 맞지 않았다.
 



공간 이순의 내부


들어가는 입구에는 명백히 이순耳順이라고 적혀 있다. 직역하면 ‘순한 귀’, ‘귀가 순해진다’로 옛말을 빌렸다. 와인바를 운영하며 여러 방문객의 이야기를 경건히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란다.


본디 작업실로 꾸밀 예정이었기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구상했다. 마련한 프로젝터를 이용해 이미 상영회를 두 차례 개최했다. 혹여 있을 음악 공연을 위해 앰프를 비롯한 음향장비도 벽 한쪽 빼곡히 자리한다.
 

내부는 그리 좁지 않다


시인이 와인바를 차렸다고 해서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이카빈 대표는 2년간 호주의 한 와이너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갖춰놓은 와인은 제법 다양하다. 일명 가성비 좋은 와인부터 고급 와인까지 구비했다. 평소 만나기 힘든 맥주도 있어서, 와인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편안히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공간 이순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영회는 물론, 소규모 전시나 공연, 낭독회 등을 계획 중에 있다. 다만 이 모든 계획은 12월 이후에나 가능하단다. 왜냐고? 주인장 이카빈 대표가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INFORMATION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104-2
www.instagram.com/_cabin/

* 다음에는 선유도의 다양한 공방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에디터, 사진 박현성
star@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