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누구나 꿈꾸는 비밀 공간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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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 카페 선유기지



유년 시절, 그렇게 다락방이 있으면 했다. 딱지치기로 모은 딱지, 교내 대회에서 입상한 그림 등. 나만의 공간에 비밀스러운 물건들을 모아두고, 혼자 간직하고 싶었다. 선유도역과 당산역 사이에 있는 선유기지는 그런 카페다. 누구나 꿈꿨던 작은 비밀 기지 같은.

 
정확히 선유로51길 1에 위치한 카페 선유기지. 당산역에선 제법 멀고, 그렇다고 선유도역 부근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양평동 사거리에 있다. 양평동 사거리의 국민은행 바로 뒷골목에 있다고 하면 찾기 더 쉽겠다.

선유기지를 카페라고 알아차리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주소를 알려줘도 못 찾는 이가 많다. 탁 트인 창, 내부가 훤히 보이는 밝은 실내. 대다수 카페의 인테리어 공식이라면 이곳 선유기지는 그것과 멀다. 빨간 벽돌로 가려진 외관, 입구에는 흔한 네온사인 없다. 들어가는 길도 마냥 어둡다. 길거리의 은색 입간판에 ‘Coffee’란 단어라도 없다면 카페인 줄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선유기지 1층 모습


이 인테리어는 모두 의도된 것이다. 바로 선유기지의 조현철 대표의 아이디어다. 그는 유년 시절, 꿈꾸던 다락방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을 언젠가 꼭 만들고 싶었다고.
“누구에게나 비밀스러운 공간은 필요하잖아요. 각박한 도시의 틈 속에서 낭만을 추구할 수 있는 우리들만의 비밀스러운 기지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죠.”

숨겨진 테라스

 
카페 내부로 들어오니 곳곳마다 숨겨진 요소들이 많다. 카페 입구를 조금 지나치면 작은 테라스가 있는데, 잘 보이지 않아 쉽게 지나치기 쉽다. 카페와 떨어져 있어 도란도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기 최적의 장소다.

무엇보다 선유기지의 최고 매력을 발산하는 장소는 지하다. 형형색색 예쁜 케이크와 카페 선유기지 머그컵이 놓인 진열대를 지나면 지하로 갈 수 있는 계단이 하나 보인다.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둥근 테이블과 낮지만 안락한 소파 등으로 아늑하게 꾸민 공간이 나타난다.

비밀 기지 느낌 가득한 지하


빔프로젝터에서는 끊임없이 영상이 나온다. 조현철 대표가 고른 영화와 뮤직비디오들이다. 손님으로 하여금 비밀 공간에서 홀로 영화를 몰래 보는 재미난 공간을 떠오르게 하고 싶었단다. 사실 이곳은 본디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라는데, 현재는 주로 파티나 모임, 사진 촬영 대관 장소 등으로 쓰이고 있다.

지하에 자리한 여러 아이템들


메뉴에서도 비밀 기지 같은 요소가 있다. 메뉴판 아래를 보면 티슈가 한 장 놓여 있다. 유심히 보면 초성이 쓰여 있는데 바로 아이스민트 라떼인 선유라떼와 아이스 더블샷 그린티 라떼인 플랫선유다. 선유기지를 자주 찾는 손님들에겐 추운 겨울에도 주문할 정도로 유명한 메뉴들이다.

메뉴도 비밀스럽다


결제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스팀달러로 결제할 수 있다는 사실. 스팀달러는 블록체인 플랫폼 스팀잇Steemit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의 한 종류다. 스팀잇 사용자가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면 그에 따른 보상으로 지급한다. 스팀잇에서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선유기지에서 커피는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셈이다.
 

지하는 원래 미술관으로 꾸밀 계획이었다. 앞으로 공셸과의 협업으로 다양한 작품이 소개될 공간이다


비밀스러운 요소들로 중무장한 카페 선유기지. 앞으로 선유기지 2호점을 낼 생각이 있냐고 조현철 대표에게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요. 비밀기지가 많아진다면 기존의 선유기지는 더 이상 비밀기지가 아니겠죠.”

INFORMATION
070-8862-3697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51길 1


에디터 사진 박현성
star@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