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잠시 동안 우리는 물결 속에서

에디터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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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 '깊은 못'



을지로는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특히 조각이나 조형을 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을지로는 재료를 구하기도 쉽고, 퇴근 시간 이후에는 인적도 드물어서 작업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렇게 하나둘씩 모인 작업자들과 골목골목 특색있는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을지로를 큰 변화를 겪고있다. 그 변화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물결'의 권가인 대표를 만나보았다.  


무심하게 꾸며져 있는게 물결의 매력이다

을지로의 매력이라고 하면 골목골목 숨어져 있는 힙한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재미일 것이다. 과연 이 좁은 골목에는 어떤 가게들이 있을지 기대하게 되고, 간판이나 이정표가 불친절하기에 여기저기 헤매는 재미도 조금 있을 것이다. '물결'과 '깊은 못'은 블로그나 인스타를 통해 널리 알려져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을지로가 낯선 사람들에게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도 그러할 것이 간판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니고 입구 위쪽에 작게 써 있을 뿐이다. 이렇게 불친절한 곳에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결'과 '깊은 못'이 가진 매력을 찾아보자.


권가인 대표는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졸업 후 쥬얼리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의 브랜드를 만들고 작업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작업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수소문 하던 중에 주변 작가들이 터를 잡고 있는 을지로로 자연스럽게 눈이 갔고, 10평 남짓 작은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작업실에서 꾸준히 작업을 하려면 작업실에 매일 나와야 하는데, 스스로의 약속은 잘 안지킬거 같고... 어떻게 하면 매일 빠지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작업실을 저녁에는 '펍'으로 운영하면 수익금이 경제적으로 도움도 되고 장사는 가게를 찾아와주는 분들과의 약속이니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시작한 것이 바로 '물결'이다.


물결의 상징이 된 네온사인

 '물결'이라는 이름은 물을 워낙 좋아하는 권가인 대표가 그 당시 읽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라는 책에 나와있는 구절 '잠시 동안 우리는 물결속에서...' 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메뉴 선정도 본인의 취향이 한껏 반영되어 그녀가 좋아하는 맥주와 와인이 주요 메뉴가 되었다. 초기에 '물결'은 주로 을지로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아지트와 같은 곳이었다고 한다. 작업이 끝난 후에 술 한잔 하러 와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응원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서 힘들기도 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에 버틸 수 있었던 시기였다. 개인적인 공간이었던 곳이라 인테리어도 별도로 진행하지 않고,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가지 소품을 가져다 놓은 게 다 였다고 한다. 오히려 이런 매력이 소위 말하는 '힙'한 느낌이 들었던거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을지로가 2,30대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외부에서 '물결'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플리마켓도 하고 드로잉 클래스도 열면서 인지도가 쌓이게 된 것이다.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기에는 '물결'은 너무 작은 곳이었고, 주변 친구들의 공간에서 번갈아가며 진행하기도 했지만 조금 더 큰 공간에서 더 재미난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올해 5월 카페이자 와인바인 '깊은 못'을 열게 된다. '깊은 못'은 2개의 층을 동시에 사용하며 '물결'에 비하면 엄청 큰 공간이다. 사실 지난 12월에 공간을 얻고 준비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작은 소품에서부터 벽면 페인트 까지 손수 직접 공간을 하나하나 꾸미고 애정을 담는데 집중했었다고. 이 공간을 이제 막 시작한 권가인 대표는 '깊은 못'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깊은 못'에 '공예편집샵'을 오픈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올 가을에는 '깊은 못'에서 전시도 기획하고 있고, 오는 9월 15일에는 플리마켓도 개최할 예정이다.


깊은못 대표 메뉴와 2층모습


 이렇게 욕심많은 그녀는 지금은 작업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물론 자기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도 즐거운 일지만, 현재는 '물결'과 '깊은 못'에 집중하고 거기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작가들과 협업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게 즐겁다고 한다. 언젠가는 본인이 좋아하는 물가로 가서 작은 집을 하나 짓고 살고 싶다는 그녀. 작가이자 '펍'과 '카페&와인바'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전시와 플리마켓 행사 등을 기획하는 기획자로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INFORMATION
서울 중구 을지로 130-1
www.instagram.com/_mulgyeol/

   


에디터 김은지
eunji.kim@gongshall.com
사진제공 물결&깊은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