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팥빙수와 고양이를 만나자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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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 카페엘리



7월 한낮,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등골을 타고 주르륵 땀이 허리춤에 맺힌다. 몸의 수분을 앗아가는 저 태양이 너무도 얄밉다. 뺏긴 원기를 당분으로 사정없이 보충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뒷골을 사정없이 때릴 시원함도 있으면 좋겠다. 그래! 팥빙수다. 수제 팥빙수라고 써 붙인 카페가 있다. 카페 안에서 단잠에 취해 늘어진 고양이가 날 곁눈질한다. 팥빙수를 즐기며 이놈의 귀염 발랄 고양이를 격렬하게 만질 테다. 다짐하며 나직이 카페 주인을 부른다. "저기요 팥빙수 주세요"


연남동 터줏대감 카페엘리

‘카페엘리’는 연남동 골목 한켠을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손님 다수가 외지인인 연남동의 여타 카페와 달리 카페엘리는 동네 주민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지금껏 톡톡히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맛난 커피를 만드는 카페엘리 박지혜 대표


방송인을 꿈꾸던 ‘카페엘리’ 박지혜 대표에게 카페는 그저 원기 회복을 위해 떨어진 카페인을 보충하는 장소였다. 바리스타도 아니었고 카페 사장이 인생 목표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방송인을 준비하며 일했던 곳이 카페였다.

카페엘리의 다양한 케이크들


그가 일했던 카페는 연남동에서 제법 이름난 곳이었다. 10년 전에는 생소한, 직접 커피를 볶는 로스터리 카페이기도 했다. 덕분에 다양한 커피 메뉴는 물론, 커피를 볶는 방법까지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그는 카페를 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연남동 골목, 꽤 목 좋은 장소가 임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 임대료를 물었다. 당시는 연남동이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충분히 버틸만했다. 귀신에 홀린 듯 임대차 계약을 마치고, 부리나케 뛰어가며 각종 카페용 집기류들을 찾았다. 예전 일하던 카페를 통해 소개받아 인테리어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그렇게 카페엘리와 함께 한지도 올해로 7년이 됐다. 

팥빙수 그리고 고양이

카페를 들어서면 보통의 대청마루보다는 훨씬 촘촘한 나무 바닥이 발걸음을 반긴다. 이어 벽면을 주로 이룬 금색과 카운터와 테이블, 의자를 감싼 흰색의 조화가 돋보인다. 7년 차 카페치곤 구석구석 먼지 한 톨 없다. 성실한 관리를 받는 카페임이 느껴진다. 박지혜 대표의 애정을 카페엘리는 오롯이 받고 자랐다.

금색과 흰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카페엘리의 내부 모습. 구석구석 박지혜 대표의 애정이 녹아 있다.


더운 여름 놓칠 수 없는 메뉴가 팥빙수다. 이 집 팥빙수 예사롭지 않다. 놋쇠 그릇에 담긴 팥빙수를 받아들면 그 시원함이 눈으로 전해진다. 놋쇠 그릇 옆면에 살짝 맺힌 얼음만 봐도 일단 더움은 가신다.

여름이 되면 박지혜 대표의 일과는 주로 팥 쑤는 일이라고 귀띔한다. 직접 쑨 팥은 시판 제품과 달리, 마냥 달지만은 않다. 단맛에 담백함이 느껴져 가볍기만 할 단맛의 단점을 보완한다.

카페엘리의 대표 메뉴. 수제팥빙수.


입에 넣기만 해도 스르르 녹는 곱게 갈린 우유 얼음은 우리가 예상하는 그 맛이다. 우유의 고소함이 시원한 얼음 맛을 한층 살린다. 고운 우유 얼음을 위해, 다양한 빙삭기를 이용해보고 최대한 부드럽게 갈리는 제품으로 골랐단다.

이제는 잠시 아껴둔 인절미를 한입 베어 문다. 졸깃함이 살아있다. "인절미 추가요"라고 나도 모르게 말할 뻔했다. 팥빙수 고명으로 올라가는 인절미는 졸깃함이 생명이므로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빠지면 업체를 바꿔가며 선정한단다.

'카페엘리'는 다양한 연남동 길고양이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원체 고양이를 좋아했고 아꼈던 박지혜 대표는 연남동 골목 대표 캣맘이다. 덕분에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에도 나왔단다. 그의 소싯적 꿈을 고양이로 인해 푼 셈이다.


사람의 손길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 '힝노'.


다양한 고양이가 '카페엘리'를 오가지만, 그중 목에 예쁜 방울을 매고 있는 일명 '힝노'가 이 카페의 두목이다. 사람 손을 무서워하지 않아 격렬한 손길에도 아랑곳 없다. '힝노'를 보러 오는 손님도 이젠 많다. 고양이와 팥빙수, 이 둘 중 하나라도 좋아한다면 '카페엘리'를 꼭 들러보자.

카페엘리
문의 전화:
02-332-2031.
찾아가는 길: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12.
대표 메뉴: 카페라떼, 수제팥빙수.


지나칠 수 없는 고양이 두목 힝노. 격렬히 만줘 줄테다.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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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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