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하는 색상

지니 작가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마다 오롯한 색을 띤다면, 오늘의 기분은 무슨 색일까. 지니(최진희) 작가는 생활 가까이에서부터 이 해답을 찾아나간다. 직접 그 색상들을 수집하고, 보정하고, 제안하면서. 

그가 찾는 건 단지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긁어모으는 그런 예쁘장한 색이 아니다. 공기처럼 잘 보이진 않아도, 늘 우리를 위로하고 안심시켰던 색상들. 저만의 컬러칩을 만들어가며 작가는 하루하루 비슷하게 흐르는 일상의 컨벤션을 미묘하게 변주한다. 
 

[오늘의 컬러-숲의 속삭임] 4978x4978px,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2018
 

[오늘의 컬러-흐림과 맑음 사이] 4978x4978px,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2018

지니 작가의 작업은 그날 그날에 어울리는 색감을 찾는 여행이다.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길 위의 모든 것들이 그에게 근사한 색채가 된다. 아파트 외벽을 비친 태양, 길가에 핀 꽃, 어슴푸레 선을 드러낸 달, 분초가 다르게 물드는 노을... 인스타 감성이 생활화된 세대에겐 보다 섬세하고 정교한 ‘깔맞춤’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듯, 작가는 분명 얼핏 지나치고 말았을 일상 속의 색상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가며 생생하게 되살린다. 그림마다 작게 적힌 타이틀이 사려깊다.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 순간을 이미지 한 컷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이미지 작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 한 켠에 프레임을 만들어 제가 느낀 기분으로 색깔의 이름을 붙이죠. 잊기 쉽지만 결코 잊기 싫은, 나만의 컬러를 찾아가는 여행이랄까요.”

 
[오늘의 컬러-햇살의 여유] 4978x4978px,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2018

[오늘의 컬러-길가의 낙서] 4978x4978px,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2018
 
어찌 보면 이 작업은 작가 자신을 위해 만드는 소소한 색상표를 완성시키는 과정과 같다. 그날에 맞는 기분에 맞춰 불러올 수 있게, 오늘 수집한 컬러를 기억 한 켠에 마련한 팔레트에 저장하는. 일상적이되 결코 심상치 않은 이 발견은 작가가 하루를 정리하는 단순한 갈무리가 아니다. 수수해도 정성을 들인 들꽃 다발처럼, 작가는 공들여 포착한 생활 속의 색을 주변에 명랑하게 제안한다. 일상의 색채를 구독하는 일. 그것이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를 좀 더 화사하고 풍요롭게 바꿔놓을 수 있을 거라고, 작가는 꽤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주변에 아름다운 색깔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해요. 아마 그것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발견하고 누리는 법이 아닐까요.”

 
[오늘의 컬러-보통의 위로] 4978x4978px,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2018
 
하루에도 우리는 수십, 아니 수백 번씩 뒤집히는 감정의 격류를 경험한다. 그 모든 감정에 색과 이름이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수월하게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낯설고 묘한 기분에 혼란스럽기보다 조금 더 반갑고 능숙하게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어쩌면 끊임없이 더 궁금해질 것이다. 매일 똑같고 분주한 일상을 반복하는 요즘 당신과 나의 기분은 어떤 색으로 물드는지.

 
에디터 고석희
seokhee@gongshall.com
사진 제공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