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다함이 없다.'

에디터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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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盡 무진' 신원동



수공예품의 매력 중에 하나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이라는 특별함일 것이다. 공예가의 손길이 하나하나 닿아서 만들어지고 그것을 사용하면서 세월과 추억이 쌓이게 되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특별한 나만의 ‘물건’이 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눈길을 사로잡으며 소박하지만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드는 무진 신원동 작가를 이천에 위치한 그의 쇼룸이자 아뜰리에에서 만나보았다.


그라데이션 식기

이천은 예로부터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 중에 하나로 매년 봄 도자기 마을을 중심으로 도자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신원동 작가의 아뜰리에는 이 도자기 마을에서도 외곽에 위치하여 한적한 분위기였다. 아뜰리에 내부에는 그의 아버지의 도기 작품과 그의 작품들로 빼곡하게 가득 차 있다. 공간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 없었다. 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선반도 직접 제작한 것이었고, 조명과 세면대까지 모두 직접 흙으로 빚어서 만든 것이었다.


신원동 작가가 직접 제작한 전등 갓

차도구를 만드는 도예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흙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재능을 보였고, 일찌감치 진로를 정하고 한국도예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다. (한국도예고등학교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도예분야 특성화고등학교이다.) 이곳에서 도예기능사 자격증과 전국대회를 준비하며 하루에 18시간 이상 물레 앞에서 도자기를 만들었다. 밤낮없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도 거두고, 대학교에도 어려움 없이 진학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순탄하게 도예가의 길을 걸어왔을 것만 같은 그이지만, 오히려 대학 진학 이후에 고민이 많아졌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도예기능사 자격시험이나 전국대회에서는 제시된 수치와 지시에 따른 도자기를 주어진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하게 지시대로만 도자기를 만들어냈던 것에 익숙했던 그였기에,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도저히 모르던 시기가 있었다. 자신의 작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암담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뭐든 만들어낼 수 있으니 너는 걱정이 없겠다‘라고 했지만 정작 그는 아무것도 만들고 싶은 게 없어서 고민이었다고.



그라데이션 식기


이런 시기를 겪으면서 주변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하면서 다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즐거워졌으며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너무 어린 나이에 정해져버린 삶의 방향에서 찰나의 머뭇거림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기 위한 시간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지금 현재에는 도자기가 좋고 재밌지만, 다른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하고 있을 미래도 기대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자기를 보는 그의 눈빛을 보면,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미래는 아주 머나먼 미래이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쉽게 깨질 거라 편견이 있지만 제작 과정을 통해서 그 어떤 것보다 단단하게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그는 요즘 식기가 아닌 다른 생활 속 물건들도 도자로 제작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단다. 전등갓이나 세면대뿐만 아니라 벤치의 다리도 도자기로 제작했다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은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이라서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만든 물건으로 채울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독립을 하게 되어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들어서 살아보는 게 꿈이라고 한다


벤치


작품이기 보다는 제품으로써 올바르게 '쓰임'이 있길 바라며 작업에 몰두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며 작품을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긴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본 그의 작품은 그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아버지가 지어주신 자신의 브랜드인 '無盡 무진'의 의미처럼 다함이 없이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갈 작가의 미래가 무척 기대된다.



 올 가을에는 대학 시절부터 함께 해온 작가들과 2년에 한번씩 모여서 진행하는 그룹전을 선보인다. '청소'를 모티브로 하여 다양한 작가들이 자신의 선보이게 될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1일부터 통인동 보안여관에서 진행된다. '청소'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그가 선보일 이번 작품이 무척 궁금해진다. 


아이프레임




<공예프로모션팀 쓰임>
전시 일정 : 2018.9.11(화)~21(토)
전시 장소 : 아트스페이스 보안 (통의동 보안여관)


에디터 김은지
사진제공 신원동 작가

촬영 정희찬 PD
편집 정희찬 PD, 박찬홍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