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수작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공유한다

에디터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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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셸 다시 부르기 프로젝트③| N1 2LL(엔원 투엘엘)



전통문화의 현대적인 재해석,
레트로 열풍을 넘어 뉴트로까지...
당신이 잊고 있었던 과거의 것들이
오늘날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공셸]은 이러한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재조명 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름하여 공셸 <다시 부르기 프로젝트>다.

한 해의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뜻한 털실로 만들어진 니트웨어에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알록달록한 실타래들을 엮어서 완성되는 니트웨어는 찬바람을 막아줄뿐더러 그 포근한 감촉에 마음까지 따뜻해지곤 한다. 알록달록한 실타래를 ‘핸드위빙’과 ‘머신니팅’으로 엮어내는 텍스타일 스튜디오 N1 2LL를 공셸이 만나보고 왔다.

 

N1 2LL은 핸드위빙과 머신니팅으로 실을 엮어 작업 하는 텍스타일 스튜디오이다

실과 실을 엮어서 직물을 짜는 방식은 크게 니팅과 위빙으로 나눠볼 수 있다. 니팅(Knitting)은 뜨개질로 직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손 혹은 기계로 실과 실을 엮어서 직조를 하는 것이다. 위빙(Handweaving)은 씨실(가로 실)과 날실(세로 실)을 수직으로 교차하며 직조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전통의 직조 방식인 ‘베틀’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두 방법 모두 한 땀 한 땀 손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완성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현진 대표가 사용하는 핸드위빙

N1 2LL(엔원 투엘엘)은 ‘핸드위빙’으로 작업을 하는 정현진 대표와 ‘머신니팅’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임주연 대표가 운영하는 텍스타일 스튜디오 이다. 독특한 스튜디오의 이름인 N1 2LL은 영국 런던의 우편번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런던은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점이다. 런던에서 정현진 대표는 디자인 리서치를 전공하고 있었고, 임주연 대표는 니트웨어를 공부 하였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에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작업실을 구하려 알아보던 중에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튜디오를 꾸리게 된 것이다.


임주연 대표가 사용하는 머신니팅

‘핸드위버’인 정현진 대표는 주로 태피스트리(tapestry) 작업을 이어나간다. 태피스트리란 다채로운 색실을 엮어 벽걸이나 가리개, 실내 장식품 등으로 쓰는 것을 말한다. 정현진 대표의 작품 특징은 다양한 소재의 실을 엮어서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두께도 색도 다른 실들을 균형감 있게 엮어내며 단순히 벽에 걸어두는 소품을 넘어서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현진 대표의 (좌) 우븐러그 (우) 우븐월데코

‘니트웨어 디자이너’인 임주연 대표는 주로 ‘니팅머신’을 이용한다. 뜨개질이라고 하면 대바늘 혹은 코바늘을 이용해서 한땀한땀 쌓아 올라가는 손뜨개질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임주연 대표가 작업에 사용하는 니팅머신은 손뜨개질보다 작업 속도가 빠르며, 흐트러짐이 거의 없다. 또한 손뜨개질에 비해서 굵기가 얇은 실로도 니팅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 원리도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어서, 일반인들도 금방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임주연 대표는 주로 원피스, 조끼, 에코백, 목도리 등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디자인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임주연 디자이너의 (좌) 그라데이션 목도리 (우) 파우치

   

N1 2LL은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한다라기보다는 작업실을 공유한다는 느낌의 성격이 강하다. 함께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서 서로의 작업을 응원해 주는 메이트가 되어준다. 작업실을 몇 번이고 이사를 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아마 혼자였다면 엄두도 안 났던 일들을 함께 겪으며 단단해지고, 동료가 있기에 힘낼 수 있었던 과거의 추억이 쌓여있다. 마치 실타래 처럼 엉키기도 하고 또 다시 풀어지기도 하면서 지금의 N1 2LL이 있는 것이다.


‘핸드위빙’과 ‘머신니팅’은 두 사람이 스튜디오를 시작한 2015년에 비해서 많이 대중화 되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낯선 분야이다. 직접 제작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 대중들과 수작업의 즐거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을 통해 이루어지는 수작업은 재료와 사람의 흥미로운 조화와 협업이 있기에 가능하다.


(좌) 머신니팅 작업 중인 임주연 대표 | (우) 핸드위빙 작업 중인 정현진 대표

   

이제는 기계가 직조하는 것이 시간 대비 가격 대비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완성된 제품들은 충분히 대중화되었고, 한 땀 한 땀 켜켜이 쌓여 올려진 수공예 제품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들은 그 과정 속에 담긴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수고스럽고 오래 걸리지만 그렇게 수작업으로 완성된 제품은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와 기억이 혼재되어 기계로 만들어진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겨울이 다가 오기 전에 한 땀 한 땀 실과 실을 엮으며 온기를 담아 직접 만든 니트웨어를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니트웨어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 겨울 수작업으로 완성된 따뜻함이 느껴지는 특별한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 사진 김은지
사진제공 N1 2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