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매일 쓰는 예술 <창작자의 비밀노트>

에디터 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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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다섯시 전태진 디자이너




대통령상을 받은 제품 디자이너가 있다. 하지만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1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웹툰 작가 지망생이었다. 그는 어떻게 대통령상을 수상한 디자이너가 됐을까. 그의 노하우를 공유하면 자신의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1인 기업 ‘토요일다섯시’의 전태진 디자이너를 만났다


타이틀은 대통령상이지만 수상작은 연필이다. 공모전 수상작은 뭔가 그럴듯한 작품일 거라는 선입견이 깨졌다. 전태진 디자이너는 대한민국, 관광, 기념품 등의 거창한 이름에 압도되기 보다 오히려 가볍게 움직였다. 그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공모전의 포인트 중 하나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물론 일상적인 물건이지만, 쉽게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크기보다 작게 표현됐음에도 남아있는 문양의 디테일과 기둥 머리 부분의 포인트가 남다르다. 그는 경복궁 근정전 단청을 연필에 재현하기 위해 답사를 가고, 문양 패턴 자료집, 목각건축의 구조를 공부하고, 3D 이미지까지 참고했다.







이러한 작업의 배경에는 그의 전공이었던 제품디자인이 도움이 됐다. 분야는 달랐지만 무언가를 표현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창작활동을 이어온 셈이다. 졸업 후 포토그래퍼가 되기 위해 사진을 공부했고, 그림 그리기에 재미를 붙여 시작한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 10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2015년까지는 웹툰 작가 데뷔를 준비했다.



공모전 당선 비결을 물어도 그의 스타일은 견고하다. 아이디어나 만들고 싶은 모티브가 떠오르면, 그 아이디어에 맞는 공모전을 찾아서 출품한다고. 발상이 먼저고 표현은 나중 문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그는 심플하게 ‘일상’이라고 답했다. 텀블러에 한강을 그려 넣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시라며. 물 높이를 볼 수 있게 한강 부분은 투명하게 만들고, 한강 양 옆에 랜드마크를 표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역을 360도 둘러보는 플립북(Flip book) 메모지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됐다.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면 애니메이션 효과가 생기는 플립북도, 360도로 보는 전경도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관점을 서울역이라는 장소에 결합한 관점은 새롭다. 마치 경복궁 단청을 연필에 결합한 것처럼.

아이프레임





익숙한 대상을 골라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이어 붙이는 것. 그것이 ‘토요일 다섯시’로 활동하는 전태진 디자이너의 작업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텀블러, 메모지, 연필로 이어지는 낯선 일상용품이 그 결과물이다. 말 그대로 매일같이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부담스럽기보다 친근하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알리고 싶다는 전태진 디자이너의 낯선 시선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INFORMATION
blog.naver.com/satday5pm

 


에디터 진성훈
사진제공 토요일 다섯시(제품 사진), 도심(3D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