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었을까?

GONGS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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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예술 : 게릴라걸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꼭 발가벗어야만 하는가?”

1989년, 미국 최대의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앞에 흥미로운 포스터가 등장했다.

정체는, 익명의 여성 예술가그룹 ‘게릴라 걸스’가 미술계에 널리 퍼져있는 여성차별을 꼬집은 퍼포먼스였다. 어딘가 낯익은 이 포스터는, 가장 위대한 누드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를 패러디였다. 게릴라 걸스는 이 누드화를 통해 여성이 ‘작품의 소재’로만 소비되는 현실, 여성 작가, '창작자로서의 여성‘을 인정하지 않는 미술계를 예술적으로 비판했다.



예술의 '창작자'가 아닌 '대상'으로만 소비된 여성들

여성이 '예술의 대상'으로 소비된 역사는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러간다. 예술가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를 뜻하는 말, '뮤즈’만 봐도 그렇다. 뮤즈는 그리스 신화 속 예술과 학문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신과 인간에게서 슬픔을 거두고 행복을 주는 존재였다. 화가들은 여신 뮤즈를 각자의 방식으로 그리며,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이상적인 모델이나 존재를 뮤즈라 이름 붙였다. 미술관, 뮤지엄의 어원도 ‘여신 뮤즈를 모시는 신전’이란 고대 그리스어에서 왔다고 하는데, 정작 여성 작가들은 설 곳이 없었다는 건 아이러니한 현실이었다.

 여성은 오랜 세월 '예술 창작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550년에 쓰인 <미술가 열전>은 르네상스 시대 미술가 200명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화가는 고작 5명뿐이라면 믿어지는가. 예술가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였지만 여성에게만은 예외였다.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은 집안일을 살피는 존재로만 취급됐을 뿐.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여성은 미술 학교조차 들어갈 수 없었다.



파울라 모더존 베커, 누드 자화상으로 정체성을 표현하다!

1900년대 초 독일 역시, 여성 예술가에겐 혹독한 사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주체적인 작품 활동을 한 여성 화가가 있었다. ‘독일 미술을 근대로 이끌었다’ 평가받는 표현주의 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이다. '여성'이자 '작가'였던 파울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여성으로서 작가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 아내로서의 역할, 무엇보다 작가로서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만들어내겠다는 열망. 그 흔적을 수많은 '자화상' 연작으로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 작가 최초로 ‘누드 자화상’을 발표한다. 강렬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 임신한 자신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한 그림이었다. 파울라는 작품활동을 통해, 정밀한 묘사를 중시했던 당시 사실주의 화풍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표현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파울라는 31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1,8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프리다칼로 등 후대의 여성 화가들이 작가로 설 수 있게 초석을 다져주었던 셈이다.



린다 노클린&게릴라걸스, 미술계 여성주의 연구자들이 등장하다!

여러 위대한 여성 화가들이 등장했지만, 남성 중심의 미술사는 그리 쉽게 깨지지 않았다.


1971년,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는 없었을까?”란 글을 발표한다. ‘진보적이라는 미술계에서조차 무의식적으로 서양 백인 남성의 관점이 이어졌고, 여성은 묘사의 대상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그 이후, 미술계에는 여성주의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술가를 찾아내고, 여성의 관점에서 미술사와 이론을 연구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것!

1980년대에 등장한 게릴라 걸스도 이 중 하나였다. 이들은 린다 노클린의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 “지금까지 '위대한 여성 예술가'가 없었던 게 아니라 수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존재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위대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들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이기만 했던 세계 유명 미술관, 박물관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잊혀진 여성 작가들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도록 했다.



로즈와일리, 달라진 여성 화가의 위상을 보여주다! 

최근 75세에 신진 작가로 데뷔해서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로즈 와일리‘는 오늘날 달라진 여성 화가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55년, 미술대학에 다니던 21살의 로즈 와일리는 당시 여성들이 그렇듯 결혼과 함께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다. 세 아이를 키우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로즈 와일리는 45세에 영국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하고, 30여 년의 무명생활을 견디며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마침내 2013년, 현대미술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테이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영국 왕실로부터 문화공로상까지 수상한다. 로즈 와일리의 ‘커다란 작품 스케일’과 ‘거칠고 자유분방한 터치’는 예술 앞에 성별이나 나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ART C: curation contents

오늘 전해드린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리스트도 놓치지 말자!

첫 번째는 책 <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미술계의 고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초판엔 여성 작가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게릴라걸스는 남성 중심으로 쓰여진 미술사를 뒤집어 보기로 했다. 조명 받지 못한 여성 화가들을 찾아 소개하는 책을 만든 것! 보기 좋게 시대 순으로 정리했고, 이해하기 쉽게 만화와 편지를 곁들였다. 미술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싶다면 추천! 


다음 추천은 영화 <파울라>.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전기영화이다. 전업 작가로 살고 싶은 파울라를 둘러싼 당시 독일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결혼해서 남편에게 허락을 받으라"는 대사나 "예술학교도 남성만 받아준다"고 푸념하는 여성을 보면 마음이 아파진다.  여성의 관점으로 솔직담백하게 여성을 그린 화가, 독일 미술을 발전시킨 화가 파울라를 영화로 만나보자! 


마지막으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로즈 와일리> 전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로즈 와일리 작품에선 천진난만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성별이나 나이 그 어떤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이룩한 강인한 에너지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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