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참을 수 없는 존재의 쓸쓸함

에디터 고석희
2019-10-23

고독을 담은 명화 4점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오래 전 살았던 예술가들 역시 작품을 통해 쓸쓸함의 정서를 되짚어왔다. 인간이 느끼는 절절한 고독, 그 심상이 고스란히 담긴 명화 4점을 여기 소개한다.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작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제작연도 1818년경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의 선구자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장엄한 자연 풍광을 주로 다루며 삶과 죽음, 인간과 신에 관한 심오한 고민을 담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업 가운데서도 가장 잘 알려진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공포를 마주한 인간의 심리와 결의를 등진 모습으로 탁월하게 담아낸 걸작이다. 야위었지만 꼿꼿이 등을 세운 남자의 뒷모습을 통해 위대한 자연과 미지의 인생에 맞서는 인간의 고독과 의지를 숭고하게 표현했다.




고독
Solitude



작가 프레데릭 레이턴
제작연도 1890년


<타오르는 6월> 등을 남긴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 프레데릭 레이턴의 작품. 주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을 즐겨 다뤘다. 레이턴이 총애했던 모델 도로시 딘을 그린 <고독> 역시 인물을 신화적으로 고결하고 성스럽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주된 정서는 제목 그대로 인간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인 ‘고독’이다. 이는 신격화된 여신의 비극이 아닌, 일상 속에서 수심에 잠긴 평범한 여성에 어쩐지 더 가까워 보인다.




자동판매식 식당

Automat



작가 에드워드 호퍼
제작연도 1927년

호퍼의 대표작 <밤을 새는 사람들>에는 쓸쓸하되 적어도 함께 있는 사람들의 온기라도 있었지만, <자동판매식 식당>에는 그림 속 인물을 인지할 그 어떤 이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현대의 편의점에 가까울 늦은 밤의 자동판매식 식당에는 이미 만들어진 포장 음식과 마주한 한 여인의 무심한 표정밖에 없다. 그 외의 여백은 아이러니하게도 캔버스를 온통 외로움의 정서로 채운다. 소외의 비극이 벌어지는 공간이자 동시에 역설적인 위로를 주는 고독의 현장.




아를의 침실
The Bedroom at Arles


작가 빈센트 반 고흐
제작연도 1889년

<아를의 침실>을 작업하던 시기는 고흐 인생에 있어 가장 평온한 시기였다고 한다. 화사한 색감, 아기자기하게 정돈된 방의 정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다양한 색조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고요함, 즉 ‘절대적인 휴식’을 표현하고 싶었던 고흐의 의도처럼. 다만 이후 고흐가 겪게 될 비극적 생애를 함께 기억할 때, 이 그림은 몹시 씁쓸하게 다가온다. 주인을 잃고 비어있는 의자와 침대와 집기는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한다.


에디터 고석희
seokhee@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