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스크린으로 들어온 예술가의 삶

에디터 고석희
2019-08-20

실존 아티스트를 다룬 영화 4편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는 경탄과 찬사를 보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영감이 존재한다. 영화만큼 예술가의 삶을 한눈에 바라보고, 그 정신과 예술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매체가 또 있을까. 최근 개봉작을 포함해 실존 예술가를 모티브 삼은 영화 네 편을 모았다.



<이타미 준의 바다>
The Sea of Itami Jun


정다운 감독|다큐멘터리|8월 15일 개봉


재일한국인 건축가 유동룡(1937~2011)과 그가 남긴 아름다운 건축물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이라는 일본 이름으로 활동하면서도 죽기 전까지 작품을 통해 한국다움의 정수를 탐구하고 건축물에 반영하길 바랐던 그의 삶을 돌아본다. 만년의 그가 제주도에 지은 포도호텔,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등 대표적인 건축물, 그를 기억하는 지인들의 증언을 생생하게 담는다.


배우 유지태의 내레이션, 재일한국인 작곡가 양방언과 가수 최백호의 노래 역시 영화를 훌륭하게 뒷받침하는 요소다. 영화를 보고 나면 평생에 걸쳐 건축 안에 자연과 시간, 사람의 온기를 담길 원했던 유동룡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개봉했던 건축 다큐 '안도 타다오'와 함께 봐도 좋을 작품.



<호크니>
Hockney

랜달 라이트 감독|다큐멘터리|8월 8일 개봉

올해 4월~8월 국내 개최돼 관람객 30만명을 동원했던 <데이비드 호크니 展>. 그 인기를 극장에서도 만끽하고 싶은 호크니 팬들을 위한 작품이 상영 중이다. 바로 영국 팝아트 거장 호크니(1937~)를 다룬 다큐멘터리 '호크니'. 영화는 '더 큰 첨벙' '예술가의 초상' 등 호크니의 주요작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화가 혹은 인간으로 그가 살아왔던 삶을 차례로 되짚는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던 호크니의 유명한 비화는 물론,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단순하게 표현하는 법'에 깊이 몰두했던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탐구도 알차게 수행한다. 전시를 둘러보며 느꼈던 흥분과 여운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싶다면 적극 추천.




<내 사랑> 
Maudie, My Love


에이슬링 월쉬 감독|드라마|2016년

캐나다 출신의 여성 화가 모드 루이스(1903~1970)와 남편 에버렛의 특별했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 가난하고 지독한 관절염을 가진 모드가 에버렛의 가정부로 일하면서 싹트는 유대와 사랑의 감정을 애잔하면서도 덤덤한 로맨스 드라마로 그려간다.


궁핍한 생활과 장애 속에서 그가 어떻게 나이브 아트(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화가가 충동적이고 자유롭게 그린 그림) 분야의 손꼽히는 인물로 주목받게 됐는지부터, 따뜻하고 쾌활한 화풍에 담긴 작가의 맑고 선량한 성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2017)로 201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샐리 호킨스의 열연, 에단 호크의 묵직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영화. 모드의 다소 거칠지만 진솔하고 사랑스런 색감을 입은 작품들을 원없이 감상할 수 있다.




<미스터 터너>
Mr. Turner

마이크 리 감독|드라마| 2014년

영국의 국민화가로 불리며 마네, 드가 등 후대 인상파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던 낭만파 풍경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 '미스터 터너'는 이미 미술계에 위상이 드높던 그가 새로운 화풍을 시도했던 말년이 배경이다. 빛의 묘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그가 몇 시간이고 현장에 머물며 화폭에 옮겨 담았던 장엄한 자연 풍광, 동시대 활동했던 화가 존 컨스터블과의 라이벌 관계 등 터너의 작품에 관심있는 미술 팬들이라면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영국배우 티모시 스폴이 터너 역을 맡아 괴팍하면서도 우직한 터너의 여러 얼굴들을 걸출하게 연기한다. 터너의 그림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청명하고 운치있는 저녁 하늘빛도 볼거리.




에디터 고석희
seokhee@gongshall.com
사진 각 영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