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상실을 애도하는 모성의 자태

에디터 고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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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구도 ①/ 미켈란젤로 <피에타>


예술은 대중매체 속 무수한 이미지의 원천이 돼 왔다. 우리가 턱을 괸 사람을 보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영화 '나홀로 집에’ 포스터에서 뭉크의 <절규>를 떠올리듯, 위대한 예술작품 속 구도는 이제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잡았다. <결정적 구도> 코너에서는 후대 미술은 물론 영화, 광고 등 대중매체에도 엄청난 영감을 끼친 불멸의 구도로 이름난 원작을 하나씩 짚어본다.


<피에타>
Pietà

대리석, 174x195cm,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 보관, 사진=위키피디아


작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제작연도 1498~1499년경


피에타(Pietà).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의 시체를 끌어안고 슬픔에 잠긴 모자상으로, 14세기 유럽에서부터 기독교 미술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유명한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15세기 말에 완성한 대리석 조각. 수난으로 축 늘어진 예수의 고단한 육신, 슬픔을 억누른 채 담담히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리아의 섬세한 표정은 돌로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성스러운 위엄과 극적인 긴장감이 넘쳐 흐른다. 마리아의 두상, 예수의 상체와 하체를 감싼 양손의 삼각 구도는 미술, 대중매체는 물론 심지어 분쟁 지역의 르포 사진에서도 종종 포착된다. 게다가 자식의 죽음에 슬퍼하는 모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후계자, 동료, 집단 구성원의 죽음을 맞닥뜨린 채 슬픔에 휩싸인 인간의 회한과 애도, 비극을 망라하는 형태로 변주되기도 한다.
몇 가지 좋은 사례가 있다. 영화 '그래비티'(2013) '로마'(2018)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한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은 피에타 구도를 자주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칠드런 오브 맨'(2006) 그리고 '로마'에서 그는 살육이 벌어진 거리에서 소중한 이의 시신을 감싸안고 오열하는 인물들의 쇼트를 통해 슬픔으로 절규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비애를 생생하게 표현한 바 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2006)


영화 '로마'(2018)


'어벤져스'의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도 이 '피에타 자세'와 인연이 깊다. 영국 출신 영화감독이자 사진가, 비디오 아트 작가이기도 한 샘 테일러 우드는 2001년 비디오 설치 작품 '피에타'(하단 유튜브 영상)를 통해 약 2분 안 되는 시간 동안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처럼 로다주를 감싸안고 있다. 로다주는 상체를 탈의한 채 죽은듯이 존슨의 손에 늘어져 있는데, 이는 평소 톱배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유약한 인간의 모습이다.
한편 로다주는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맞는데, 이번엔 그가 마리아의 역할을 맡는다. 전투 중에 부상당한 친구 로드(돈 치들)를 끌어안고 망연자실한 토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에서 피에타를 떠올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샘 테일러 우드의 비디오 설치 작품 <피에타>(2001)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


마블 영화 얘기가 나온 김에 슈퍼 히어로 얘기를 더 해보자. 고전 비극 같은 피에타 구도가 꽤 활발하고 다양하게 응용된 분야는 놀랍게도 만화책이다. 미국 만화계를 떠받쳐 온 양대산맥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의 만화책 표지에는 다양한 형태로 동료와 후계자, 연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원초적인 모성의 슬픔을 표현하되, 여러 매체에 의한 오마주를 통해 인간과 생명에 대한 애도와 연민을 절절하게 드러낸다. 

DC 만화 <배트맨:패밀리의 죽음>, 마블 만화 <캡틴 마블의 삶과 죽음> 표지


여담 하나. 미켈란젤로는 피에타 외에 신과 인간이 서로 손가락 끝을 마주치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아담의 창조>의 구도로도 유명하다. 영화 'E.T.' '브루스 올마이티'의 포스터를 비롯해,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그동안 셀 수 없이 다양한 형태의 예술과 미디어에서 재현됐던 '불멸의 밈'이다. 

<아담의 창조>(위)를 패러디한 'SNL 코리아' 홍보 이미지



에디터 고석희

seokhee@gongshall.com